이날 만큼은 '그만 좀 뛰어라'는 팬의 목소리를 들었어야 했나 보다.
LG 트윈스의 거침없이 '뛰는 야구'가 28일 잠실 KIA전에서는 올 시즌 최악의 기록을 남겼고, 역전패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염경엽 LG 감독은 상대팀 배터리의 퀵모션에 따라 도루와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LG 팀 컬러로 새로 입히고 있다. 10개 구단 중 최다 도루 시도, 최다 도루 성공, 최다 도루 실패, 최다 주루사, 최다 견제사 등 주루에 관해서는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 1위다.
28일 KIA전에서 LG는 주루사(2개), 견제사(2개), 도루실패(1개) 총 5개를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5개를 헌납한 셈. 올 시즌 LG의 1경기 최다 기록이다. 지난 2일 수원 KT전에서 도루실패(1개), 주루사(2개), 견제사(1개) 등 4개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주루사(2개)와 도루실패(2개) 등 4개를 기록했다.
상대를 압박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이날 만큼은 스스로 자멸하는 아웃카운트가 됐다.
LG는 0-2로 뒤진 2회 KIA 선발 양현종 상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삼진과 포수 파울플라이로 2아웃. 2사 만루에서 박해민이 2타점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홈 송구를 보면서 박해민이 2루를 노렸다.
그러나 KIA 내야진이 커트해서 박해민을 협살로 몰아갔다. 이 때 1루 주자였던 문보경은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 들었다. 박해민의 협살을 시도하던 2루수 김선빈이 홈으로 송구해, 문보경이 태그아웃됐다. 공격적으로 홈을 노렸으나 주루사.
3회 선두타자 홍창기가 우전 안타로 출루했으나 양현종의 견제구에 걸려 태그 아웃됐다. 1사 후 좌전 안타로 출루한 문성주는 이후 2아웃이 되고서 2루 도루 스타트를 끊었다가 투수 견제구에 걸렸다. 투수-1루수-유격수로 연결돼 태그 아웃됐다. 기록은 도루 실패.
6회도 견제사가 나왔다. 1사 후 안타로 출루한 문보경이 1루에서 리드 폭을 길게 가져가다가 김기훈의 견제구에 걸려 태그 아웃됐다.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으나 원심 그대로 아웃이었다. 이번에도 견제사 후에 안타가 나왔다. 공격 흐름이 딱딱 끊어졌다.
LG는 3-4로 뒤진 연장 11회 선두타자 서건창이 안타로 출루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박해민이 1루수 파울플라이로 아웃. 1사 1루에서 홍창기의 잘 맞은 타구는 2루수 직선타 아웃이 됐다. 스타트를 끊었다가 귀루하던 1루 주자까지 더블아웃, 주루사로 경기가 종료됐다.
LG는 9회까지 11안타 5사사구, 무려 16명이 출루했는데 3득점에 그쳤다. 찬스에서 적시타도 아쉬웠지만 누상에서 5번이나 객사하면서 KIA를 도와줬다.
도루왕을 4차례 차지한 박해민은 27일 낮은 도루 성공률에 “팀 전체적으로 다 뛰다 보니까 견제하는 횟수도 늘어났고, 아무래도 상대 배터리가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까 그렇지(성공률이 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야구가 잘 되는 날이 있으면 안 풀리는 날이 있기도 마련이다. 이날은 LG가 지독히도 안 풀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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