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한 ‘괴짜 투수’ 잭 그레인키(40·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그레인키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3⅔이닝 8피안타(2피홈런) 2볼넷 3탈심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캔자스시티로 1-7 패배하면서 그레인키는 올 시즌 승리 없이 4패째를 당했다. 평균자책점도 6.10으로 치솟았다.
1~2회 모두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3점을 내준 그레인키는 3회를 삼자범퇴로 막았으나 4회를 버티지 못했다. 4회 2사 1,2루에서 브라이언 벅스턴에게 중월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투볼 불리한 카운트에서 커브가 한가운데 몰린 실투가 됐다. 이어 다음 타자 카를로스 코레아에게도 중월 솔로포를 맞아 백투백 홈런으로 무너졌다. 이번에는 5구째 커브를 가운데 낮게 잘 떨어뜨렸지만 코레아의 배트에 제대로 걸렸다.
지역지 ‘캔자스시티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레인키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기 후 그레인키는 “컨디션은 좋았다. 구위도 꽤 날카로웠는데 커맨드가 흔들렸다. 미네소타 타자들이 내 공을 잘 친 것에 조금 놀랐다. 컨디션이 좋았는데도 어려운 경기였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맷 콰트라로 캔자스시티 감독은 “그레인키에게 보기 드문 일이었다. 커맨드가 약간 부족했다. 평소 같은 커맨드가 아니었고, 투구수도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날 그레인키의 총 투구수는 88개.
1983년생으로 어느덧 마흔이 된 나이를 속이기 어려워 보인다. 개막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초반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성적이 좋지 않다. 올해 6경기(31이닝)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6.10. 6점대 평균자책점은 2년차였던 지난 2005년(5.08) 이후 가장 높은 커리어 최악의 기록이다.
시즌 첫 2경기는 11⅓이닝 3실점으로 페이스가 좋았지만 이후 4경기 연속 4실점 이상 허용했다. 19⅔이닝 동안 홈런도 7개를 맞아 9이닝당 3.2개에 달하고 있다. 올해 피홈런 7개 중 5개가 커브로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려들고 있다. 구위가 예전 같지 않은 그레인키는 변화구 위주로 투구하는데 패턴이 노출된 모습이다.
그레인키도 “커브를 밀어서 넘길 수 있는 타자가 많지 않은데 오늘 둘 다 좋은 스윙을 했다. 내가 커브를 너무 많이 던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며 볼 배합 변화를 예고했다. 올해 그레인키는 커브 구사 비율이 25.9%로 가장 높다. 포심 패스트볼은 17.3%로 커브, 슬라이더(18.3%)보다 적게 던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올스타 6회, 평균자책점 1위 2회 경력의 20년차 베테랑 그레인키는 현역 투수 중 이닝 1위(3278), 다승 2위(223), 탈삼진 3위(2904)에 올라있다. 지난해 26경기(137이닝) 4승9패 평균자책점 3.68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며 캔자스시티와 1년 최대 1600만 달러(연봉 850만 달러, 이닝 인센티브 750만 달러)에 계약했다. 앞으로 반등하지 못하면 그레인키에게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