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파죽의 7연승을 달렸다. 11년 만에 만끽하는 축제다. 그러나 이러한 더할나위 없는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롯데의 외국인 투수 듀오 댄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는 4월이 다 가도록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8일 사직 키움전에서 5-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지난 2012년 6월21일부터 28일까지 7연승을 달린 이후 약 11년 만에, 그리고 3956일 만에 7연승을 기록했다.
적재적소에 터진 타선의 적시타와 집중력, 그리고 7명의 불펜을 투입하는 총력전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7명의 불펜을 투입한 것을 달리 말하면 선발이 긴 이닝을 버텨주지 못했다는 것과 같다.
이날 선발 등판한 반즈는 단 한 번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지 못한 채 4이닝 6피안타 2볼넷 2사구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타선이 먼저 4점의 리드를 안겨줬지만 곧바로 실점했고 5회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한 뒤 불펜에 공을 넘겼다. 뒤이어 등판한 신정락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반즈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롯데도 7연승에 방점을 찍었다.
모두가 축제를 즐길 시간, 반즈는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지난 22일 창원 NC전 5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승리를 챙겼고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했다고 구단 내부적으로 판단했지만 다시금 모두를 실망시키는 결과를 보여줬다. 반즈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7.58이다.
스트레일리도 다르지 않다. 스트레일리는 지난 26일 사직 한화전 3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3일 휴식 후 30일 선발 등판하는 변칙 일정으로 조기 강판이 됐지만 이전 등판에서도 전혀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지난 8일 KT전 유일하게 6이닝을 소화했지만 실점 역시 5실점(4자책점) 하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스트레일리의 평균자책점 역시 5.82로 에이스라고 보기 힘든 수치다.
7연승 과정에서 반즈와 스트레일리 모두 5이닝이 한계였다. 박세웅도 마찬가지의 상황. 나균안이 7연승 과정에서 두 차례 등판해 7이닝 2실점, 8이닝 무실점의 대역투를 펼치며 선발진 궤멸을 막았다. 반즈와 스트레일리가 7연승에 기여한 정도는 0에 수렴한다. 이들에게 투자한 몸값이 스트레일리 100만 달러(약 13억 원), 반즈 125만 달러(약 17억 원)다. 30억 원투펀치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이닝이터 역할을 해줘야 할 외국인 투수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조기에 불펜진이 가동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구승민과 김원중에 쏠렸던 불펜진의 부담은 이제 김상수 윤명준 신정락 등 베테랑 방출생 트리오 불펜이 나눠 맡았다. 선발이 조기 강판되는 상황에서는 김진욱이 롱릴리프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면서 과부하를 막았다.
또한 투수교체의 전권을 위임받은 배영수 코치의 한 박자 빠른 판단들이 결합되어 기적의 불펜진이 완성됐다. 7연승 기간 불펜 평균자책점은 0.93(29이닝 3자책점).
그러나 이러한 불펜진의 짠물투 역시 언젠가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서서히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고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위험이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다. 외국인 투수들의 반등, 그리고 이닝 소화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니면, 이제는 현재의 상승세와 불펜진의 체력이 바닥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 투수들의 전격 교체하는 결단도 내려볼 법 하다. 아직은 특별한 교체의 시그널이 포착되지 않고 있는 상황.
롯데에 다시 오지 않을 상승세와 기회다.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또 다시 시즌 중반에 접어들어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