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괴물 신인 투수 김서현(19)에게 데뷔 첫 피홈런을 안긴 타자는 NC 거포 1루수 오영수(23)였다. 27타석 연속 무안타 악몽을 극복하며 성장통을 이겨내고 있다.
오영수는 지난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8회 김서현에게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4-2로 앞선 8회 2사 1루에서 김서현의 3구째 바깥쪽 낮게 들어온 153km 직구를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시즌 3호 홈런. 스코어를 6-2로 벌린 쐐기포였다. NC가 6-4로 승리하면서 더욱 의미 있는 홈런이 됐다.
이 홈런은 2023년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특급 신인 김서현의 1군 데뷔 첫 피홈런이기도 했다. 고교 시절까지 홈런을 단 하나도 맞지 않았던 김서현은 19살 야구 인생 첫 피홈런을 프로 입단 후 기록했다. 지난 8일 서산에서 열린 두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홍성호에게 첫 홈런을 맞았다. 그로부터 20일 만에 1군에서 첫 피홈런 쓴맛을 봤다.
김서현에게 첫 피홈런을 안긴 오영수이지만 사실 초구에 번트 동작을 취했다. 2사 1루였지만 3루를 비워두고 우측에 쏠린 한화 수비 시프트의 빈틈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김서현의 초구 직구가 빠르게 들어왔고, 헛스윙 번트가 됐다.
경기 후 오영수는 “최근 우리 팀이 찬스에서 점수가 잘 나지 않는 아쉬운 상황이 많았다. 한화 시프트를 대비해 기습 번트로 출루해 득점권 찬스를 연결하려고 했는데 초구에 헛스윙이 됐다. 생각보다 (김서현의) 볼이 더 좋았다. 2구째 직구에도 헛스윙이 나와 3구째에는 스윙을 더 강하게 돌리려 했다. 인플레이 타구를 생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돌린 게 홈런이 됐다”고 설명했다.
투스트라이크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오영수도 밀리지 않고 더 강한 스윙을 했다. 한화 포수 최재훈이 하이 패스트볼을 요구했지만 김서현의 공은 바깥쪽 낮게 들어갔다. 한복판으로 몰린 실투는 아니었지만 반대 투구가 오영수의 히팅 포인트 앞에 제대로 맞으면서 홈런이 됐다. ‘힘 대 힘’ 싸움에서 오영수가 이긴 것이다.
사실 오영수는 최근까지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지난 16일 문학 SSG전 마지막 두 타석부터 26일 광주 KIA전까지 27타석 연속 무안타로 극도의 침체를 보였다. 볼넷 2개로 출루한 것이 전부로 희생번트 2개, 희생플라이 1개를 빼면 22타수 연속 무안타.
시즌 첫 10경기에서 타율 3할4푼4리(32타수 11안타) 2홈런 6타점 OPS 1.010으로 활약했지만 8경기 연속 무안타로 순식간에 성적이 급락했다. 26일까지 시즌 타율 1할7푼9리 OPS .577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27일 KIA전 3회 첫 타석 우전 안타로 긴 터널에서 벗어났다. 이어 28일 한화전에서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으로 반등을 알렸다.
오영수는 “운이 따르지 않기도 했지만 (무안타가 길어지면서) 저 자신을 못 믿고 의심하게 되면서 더욱 힘들었다. 투스트라이크에도 배트가 안 나오고 루킹 삼진을 많이 당했다. 깊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기술적으로) 변화를 주고 나선 첫 경기(27일 KIA전) 첫 타석에 안타가 나오면서 좋아졌다”고 말했다.
타격 못지않게 1루 수비에서도 6개의 실책으로 흔들렸다. 지난 22일 창원 롯데전에선 무려 3개의 실책으로 멘탈이 붕괴되기도 했다. 하지만 28일 한화전에는 6회 정은원의 안타성 타구에 몸을 날려 바운드 캐치한 뒤 1루 토스를 연결하며 실점을 막고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오영수는 “항상 내게 공이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수비한다. 한화에 좌타자가 많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4월 한 달 만에 시즌을 다 치른 것 같은 느낌이다. 하루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좋을 때와 안 좋을 때를 다 겪었는데 감정 기복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강인권)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제가 더 잘해서 보답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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