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의 8회였다. 8점 리드를 지키지 못해 예상치 못한 연장 승부에 돌입했고, 7이닝 무실점 역투한 선발투수는 승리가 불발됐다. 결과는 10회 승부 끝 10-9 신승이었지만 사령탑은 경기 후 잘못을 시인하며 선수단과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 2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
삼성은 지난해 5승 11패로 밀렸던 KT를 만나 초반부터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1회 강민호의 1타점 선제 2루타와 5회 다시 강민호의 2타점 2루타를 앞세워 주도권을 잡은 삼성은 7회 오재일의 2타점 2루타, 8회 대타 김태군의 3타점 싹쓸이 2루타가 터지며 8-0으로 크게 앞선 채 8회말 수비를 맞이했다. KT의 스코어 0에서 알 수 있듯 선발 알버트 수아레즈 또한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8-0으로 앞선 8회말 충격과 공포가 찾아왔다. 수아레즈를 내리고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의 베테랑 우규민을 투입한 삼성. 그러나 홍현빈, 앤서니 알포드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한 뒤 문상철 상대 희생플라이를 맞으며 신뢰에 보답하지 못했다. 이후 이재익에게 마운드를 넘겼지만 이재익 또한 폭투와 강백호의 볼넷으로 이어진 위기서 강현우에게 1타점 2루타를 헌납했고, 신본기를 볼넷 출루시킨 뒤 이상민과 교체됐다.
삼성 불펜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이상민이 오윤석의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김상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4-8 추격을 허용했다. 이후 조용호를 유격수 뜬공 처리, 한숨을 돌렸지만 홍현빈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전날 트레이드로 합류한 필승조 김태훈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리고 김태훈마저 등판과 함께 대타 김준태 상대 초구에 뼈아픈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맞았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8-8 동점이 됐고, 잘 던진 수아레즈의 승리가 불발됐다.
그래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삼성은 김태훈으로 마지막 9회를 삼자범퇴 처리, 연장 승부에 돌입했고, 10회 2사 만루 찬스서 터진 2년차 이재현의 2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다시 10-8 리드를 잡았다. 이후 10회 마운드에 오른 이승현이 선두 오윤석 상대 좌월 솔로홈런을 맞고 1점 차 추격을 허용했지만 김상수를 2루수 뜬공, 조용호와 홍현빈을 연달아 삼진 처리,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승리에도 결코 웃을 수 없는 찝찝한 경기였다. 8-0으로 앞선 8회 대거 8실점 동점을 허용하며 스스로 프로의 품격을 깎아내렸다. 이에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쉽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경기가 연장까지 가게 된 것은 감독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었다. 감독 때문에 질 뻔한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잡을 수 있었다”라고 직접 사과했다.
그럼에도 승리는 승리였다. 과정이 어찌됐든 10-9로 앞선 채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시즌 두 번째 3연승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6연패와 4연패를 잇따라 당하며 부진했던 사자군단의 포효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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