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보고싶어요."
최근 각종 야구 커뮤니티의 롯데 자이언츠 섹션을 보면 온통 안권수(30·롯데)의 1년 시한부 시즌이 아쉽다는 이야기뿐이다. 내년에도 KBO리그에서 뛰려면 군 문제를 해결해야하는데 그의 신분이 일본에 가족이 있는 재일교포라 그럴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 안권수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명단에 전격 이름을 올리며 현역을 연장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8일 오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함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명단 198인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은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 147명(신인 17명)과 와일드카드 33명 등 프로 180명(투수 86명, 포수 19명, 내야수 47명, 외야수 28명)과 아마추어 선수 18명(투수 10명)까지 총 198명의 선수가 선발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통해 대한체육회에 제출됐다.
롯데 복덩이로 거듭난 안권수 또한 예비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프로 180인 예비 엔트리에서 롯데 14명, 외야수 28명에 포함됐다. 안권수는 1993년생이지만 2020년 KBO리그에 데뷔한 4년차 외야수라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차 이하라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 기준에 부합한다.
이번 안권수의 승선이 관심을 끄는 이유. 그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안권수는 재일교포 3세 출신 야구선수다.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일본 독립리그, 실업리그서 야구를 하다가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프로의 꿈을 이루고자 2019년 8월 개최된 2020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오디션을 봤다. 그리고 신인드래프트서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두산 지명을 받았다.
입단 후 2년 동안 교체 자원이었던 안권수는 두산 3년차인 지난해 마침내 76경기 타율 2할9푼7리 20타점으로 잠재력을 터트렸다. 특유의 주루 센스와 악바리 근성을 앞세워 한때 정수빈, 김인태를 밀어내고 베어스의 리드오프 및 주전 중견수를 꿰차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산은 작년 12월 보류선수 명단에서 안권수를 전격 제외했다. 가장 큰 문제는 병역이다. 재일교포 병역법에 의해 안권수는 최대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뛸 수 있다. 그 이후 현역을 연장할 경우 군에 입대해야 한다. 이에 두산은 선수와 직접 면담을 가졌고,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며 아쉬운 결별을 택했다.
그런 안권수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있었으니 바로 롯데였다. 1년만 쓰는 한이 있더라도 외야 및 테이블세터 보강을 위해 안권수를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안권수는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범경기서 12경기 타율 5할7푼1리 6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개막 후에도 20경기 타율 3할8리 2홈런 9타점 장타율 .436 출루율 .368 득점권타율 .429로 롯데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물론 그가 최종 엔트리에 들기 위해 넘어야할 산은 많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 24명은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와 연령과 입단 연차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 3명(구단별 최대 1명)을 포함해 구단당 최대 3명 출전을 원칙으로 한다. 롯데에는 안권수 외에도 박세웅, 나균안, 최준용, 한동희, 김진욱 등 국가대표급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하다. 외야 역시 이정후, 최지훈에 최근 강백호까지 외야로 전향해 입성이 쉽지가 않다. 또한 아시안게임은 올림픽과 달리 무조건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병역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기조는 ‘기량이 뛰어난 젊은 선수’다. 그 동안 국제대회 경쟁력 하락으로 인해 KBO는 대표팀 세대교체와 성과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선수단 구성 원칙을 세웠다. 안권수 또한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는 오는 6월까지 지금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태극마크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한편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6월 중 최종 선발 및 승인 후 확정될 예정이다. 최종 선발된 대표팀 선수들은 9월 중 소집돼 국내 훈련을 진행한 후 중국 항저우로 출국해 10월 1일부터 7일까지 대회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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