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잇몸야구의 한계가 온 것인가. 부상자 속출에도 매일 영웅이 바뀌는 야구로 중상위권을 유지하던 마법사 군단이 3년 만에 6연패를 당하며 9위로 추락했다.
KT 위즈가 또 졌다. 지난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만나 1-3으로 패하며 2020년 6월 10일 수원 KIA전 이후 무려 1051일 만에 6연패에 빠졌다. 지난 20일 수원 SSG전 패배를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1무 6패로 무너진 KT는 시즌 7승 2무 11패로 순위가 9위까지 떨어졌다. 8위 삼성과의 승차가 0.5경기에 불과하지만 꼴찌 한화에게도 2경기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KT는 시즌 초반 무려 6명의 부상 이탈자가 발생했다. 일단 개막에 앞서 3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필승조 김민수가 어깨, 주권이 전완근을 다쳐 재활에 돌입한 데 이어 시범경기 도중 중견수 배정대가 SSG 이건욱의 투구에 손등 골절상을 당해 깁스만 5~6주를 하는 장기 재활 소견을 받았다.
개막 후에도 부상 악재는 계속됐다. 토종 에이스 소형준이 2일 수원 LG전 9실점 이후 전완근을 다쳤고, 4일 수원 KIA전 선발로 나선 엄상백이 투구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회복에 전념했다. 여기에 3루수 황재균마저 14일 수원 한화전에서 자신이 친 타구에 발등을 맞고 말소되며 부상병동 인원이 6명으로 늘었다.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6명 가운데 1군에 복귀한 선수는 엄상백뿐이다. 그래도 KT는 새 얼굴들의 선전에 힘입어 21일까지 5할 승률을 유지했으나 22일 잠실 두산전 패배에 이어 25~27일 고척에서 충격의 스윕패를 당하며 시즌 첫 위기에 봉착했다.
KT는 간판타자 강백호가 부상 재활 중이었던 지난해 4월에도 부진했고, 정규시즌 1위를 지키다가 타이브레이커를 치러야했던 2021년 10월에도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최다 연패는 5연패였다. 지금의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핵심 전력이 모두 부상을 당하며 마땅히 칠 사람도, 던질 사람도 없는 형국이 됐다. 6연패 기간 동안 KT의 팀 타율(.202), 홈런(1개), 평균자책점(5.31)은 모두 최하위. 반면 잔루(65개)는 NC와 함께 가장 많다. 투타가 답을 못찾을 경우 에이스가 반등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KT는 웨스 벤자민마저 20일 SSG전 6이닝 6실점, 26일 키움전 5⅓이닝 5실점의 연속 부진을 겪었다.
타선에서는 ‘철인 듀오’ 황재균-배정대의 공백이 뼈아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루수와 중견수를 굳건히 지켰던 선수들이 빠지면서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본기, 류현인, 이상호, 홍현빈, 정준영 등으로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당연히 역부족이었다. 이강철 감독도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확실히 난자리는 알 거 같다. 항상 부상 없이 자리를 지켜주던 두 선수가 빠지니 그립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나마 마운드는 소형준이 다음 주 로테이션에 합류하고, 김민수가 최근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했지만 황재균, 배정대는 복귀 시점을 알 수 없다. 배정대의 경우 깁스를 하는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부상자가 많으면 그만큼 돌아오는 전력 또한 많다는 걸 의미한다. 버티기모드를 선언한 KT 또한 5월을 반등의 적기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 다만 일단 그 전까지는 잇몸야구를 부활시킬 묘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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