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와 2년 재계약을 했으나 개막을 앞두고 돌연 자취를 감췄던 쿠바 출신 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26)가 뒤늦은 사과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방적인 계약 파기 의사로 팀에 복귀할 마음은 없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행보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주니치 유니폼을 입고 투구하는 사진을 올리며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인 사진이다. 3년간 주니치 선수로 응원해준 모든 팬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갑자기 계약을 포기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로드리게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은 내 꿈을 따르기로 했다. 불행하게도 쿠바에선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야구에 대한 열정, 신념, 자기 통솔력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2월 주니치와 연봉 2억엔에 2년 재계약한 뒤 쿠바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베이스클래식(WBC)에 참가해 4강 진출에 기여했다. 결승 진출이 좌절되면서 쿠바에 일시 귀국한 뒤 3월29일 일본에 입국하기로 했으나 예정된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
중남미 야구 소식에 밝은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프랜시스 로메로 기자를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망명한 사실이 알려져 주니치를 당혹스럽게 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망명한 것도 황당한데 구단에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이달 초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개인 훈련 중인 영상이 로메로 기자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뒤늦게 SNS를 통해 근황을 알린 로드리게스는 팬들에게 사과를 하고, 구단과 연락도 취했다. ‘스포츠닛폰’을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토 히로유키 주니치 대표는 “선수와 연락이 닿았다. 지난주쯤 선수 대리인이 외국인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며칠 후에는 내게 선수가 쓴 편지도 왔다. 팀에 신세를 졌고, 꿈을 좇고 싶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팀 복귀 의사도 물었지만 로드리게스의 도전 의지는 확고했다.
하지만 주니치도 로드리게스의 신분을 자유롭게 풀어주지 않는 분위기. 가토 대표는 “계약은 파기되지 않았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우리 지배하에 있는 선수다. 본인은 계약을 파기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계약은 그대로 살아있다. 파기를 하면 공시를 해야 한다. 앞으로도 쿠바 정부와 상의해서 움직일 것이다”는 구단 입장을 밝혔다. 일본에서 뛰는 쿠바 국적 선수들은 계약은 쿠바 정부 승인 아래 이뤄진다. 쿠바야구연맹은 로드리게스에게 1000만 달러 위약금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로드리게스가 이를 감수한다면 신분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주니치와 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로드리게스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일본 팀과 계약을 파기하고 망명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쿠바 선수들이 있었지만 로드리게스처럼 1군 주축 전력이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연락을 끊고 사라진 케이스는 없었다. ‘괘씸죄’가 적용되지 않을 수 없다. 로드리게스 악재 속에 주니치는 8승12패, 센트럴리그 6위 꼴찌로 처져있다.
주니치 팬들도 로드리게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꿈을 좇는 것은 자유이지만 계약 위반이다. 절대로 받아줘선 안 될 일이다’, ‘쿠바 정세는 이해하지만 계약 파기에 대해선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과로 끝날 이야기도 꿈으로 미화될 것도 아니다’, ‘주니치 구단의 플랜이 어긋났다. 그에 상응하는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등 비판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지난 2020년 1월 주니치와 육성선수 계약을 맞은 뒤 같은 해 8월 정식선수로 등록된 로드리게스는 일본에서 3년간 통산 79경기(175⅓이닝) 10승10패39홀드 평균자책점 3.03 탈삼진 188개를 기록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한 지난해 최고 161km 강속구를 뿌리며 56경기(54⅔이닝) 6승2패39홀드 평균자책점 1.15 탈삼진 60개로 활약, 최우수 중간계투에 선정됐다. WBC에서도 좋은 활약을 하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5~6년 총액 5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