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속상했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투수 아도니스 메디나(26)는 개막 첫 경기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KT와 4일 경기가 도중 내린비로 취소됐다. 지난 9일 두산을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4볼넷 1사구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5회까지는 1점으로 막았으나 6회 두 점을 더 내주었다. 그래도 퀄리티스타트를 하면서 순항을 시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2경기가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14일 키움전은 12안타와 1볼넷 2사구를 내주고 7실점했다. 5이닝 소화에 그쳤다. 20일 롯데전은 4이닝 5피안타 3볼넷 5실점했다. 5안타 가운데 2개가 홈런이었다. 3연패를 당하며 평균자책점도 9.00으로 급등했다. 구위형 투수답지 않는 부진이었다.
주자가 나가면 신경쓰느라 산만한 투구를 했다. 제구도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도 짙어졌다. 급기야 김종국 감독의 쓴소리까지 들었다. 제구와 집중력에 대한 것이었다. "주무기인 투심이 좀 더 정교한 제구가 되어야 한다. 진중하게 상대타자들 쉽게 보지 말고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광주 NC전에서 확연히 달라진 볼을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8km를 기록했다. 대신 투심(58개)이 제대로 탄착군을 형성했고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까지 궤적이 다양한 변화구로 위력이 더해졌다. 제구가 되는 날이었다. 8이닝 6피안타 2볼넷 1사구 6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첫 승을 낚았다.
메디나는 경기후 호투의 비결을 두 가지로 꼽았다. 제구(커맨드)와 주자에 신경쓰지 않고 타자에 집중한 것이었다. "구속은 신경쓰지 않고 커맨드에만 집중했다. 주자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로지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했다. 타자를 아웃시켜야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전 경기와 다른 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타자들은 바깥쪽 볼을 잘 친다. 내 장점이 몸쪽으로 승부를 하는 것인데 한국 심판들이 몸쪽을 잘 잡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타자들을 상대하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구속보다는 제구를 크게 신경쓰면서 던진 것이 8이닝 무실점 첫 승으로 이어졌다.
2경기에서 부진하자 마음고생을 했던 모양이었다. "누구보다 내가 속상했다. 그럴수록 가족들이 나를 지지해주었다. 가족생각 많이 하면서 버텼다"고 말했다. 기대와 다른 투구에 주변의 눈도 마냥 곱지는 않았을 것이다. 타국에서 느꼈을 외로움이 컸던 것이다. 8이닝 무실점으로 훨훨 날리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