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구 삼성-두산전.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삼성)과 라울 알칸타라(두산)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선취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구자욱(삼성)이 짜릿한 한 방을 터뜨리며 0의 균형을 먼저 깼다.
0-0으로 맞선 삼성의 4회말 공격. 구자욱이 선두 타자로 나섰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구자욱은 20승 다승왕 출신 두산 선발 알칸타라와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직구(146km)를 힘껏 잡아당겼고 오른쪽 펜스 밖으로 날려 버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큼 큼지막한 타구였다.
삼성은 두산을 1-0으로 꺾고 20일 고척 키움전 이후 4연패 사슬을 끊었다.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은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우완 이승현, 오승환, 좌완 이승현은 3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특히 좌완 이승현은 1⅓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세이브를 신고했다.
올 시즌 2호 홈런을 터뜨리며 4연패 수렁에 빠진 삼성을 구한 구자욱은 "오늘 선발 투수가 좋아서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1점이라도 내면 선발 뷰캐넌과 중간 투수들이 잘 막아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그는 "상대 투수가 던진 실투가 운 좋게 홈런으로 나온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는 '박진만-이승엽 더비'로 주목을 받았다. 구자욱은 빅매치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경기 전부터 주목을 받았는데 박진만 감독님께 승리를 선물해드리고 싶었다. 앞으로 더 많은 승리를 안겨드리고 싶다"는 게 구자욱의 말이다.
구자욱은 또 "오늘 연패를 끊어서 다행이다. 내일부터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4연패 수렁에서 벗어난 박진만 감독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그는 "공격에서 구자욱 선수의 홈런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면서 "팀이 다시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도록 내일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