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롯데가 작전야구, 뛰는야구를 한다. 더 이상 짜임새가 헐렁한 팀이 아니다. 너나할 것 없이 뛰고 달리고, 작전에 대해서는 더 집중하고 변주도 줄 수 있는 야구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롯데는 지난 26일 사직 한화전에서 8-1로 완승을 거뒀다. 롯데는 파죽의 5연승을 달렸고 11승8패로 두산과 공동 3위까지 올라섰다.
그동안의 롯데 야구는 선 굵은 야구였다. 장타 위주의 야구로 대표됐다. 타격이 활발하게 되지 않으면 득점 루트 자체가 원활하지 않았다. 선수단 구성상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발 빠른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작전 야구에 이은 짜내기 득점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야구는 롯데 타선의 팀 컬러로 굳어졌다.
그러나 롯데는 점진적으로 개혁에 나섰다.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라인업에 포진시키려고 노력했다. 발 빠르고 순발력도 좋으면서 야구 지능도 높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려고 했다. 신인 선수를 선발하고 트레이드 대상을 물색하면서도 이러한 기준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분위기가 변하면서 팀 컬러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KBO리그 홈런왕 출신인 래리 서튼 감독은 이력서와 달리 운동능력을 중시한 야구, 작전 야구, 뛰는 야구에 치중했고 1군 감독 부임 3년차에 자신의 야구관을 확실하게 녹여내는 분위기다.
5연승 과정이 그렇다.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벤치가 개입해서 작전을 펼쳐야 할 때는 확실하게 개입해서 선수들을 움직였다. 26일 경기는 공수 전반에 벤치가 확실하게 개입했고 선수단을 움직여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37세 최고참인 전준우도 동참하고 있다.
1-1 동점이던 3회, 롯데는 1사 후 고승민이 볼넷으루 출루했다. 하지만 렉스가 삼진을 당하면서 2사 1루가 됐다. 득점 확률이 현저히 낮은 상황. 이때 벤치와 김평호 주루코치가 1점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고승민이 2루 도루에 성공하며 득점권 상황을 만들었고 전준우가 좌중간 적시타를 때려내며 2-1의 리드를 잡았다. 롯데가 작전으로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후에도 작전은 계속됐다. 6회 1사 후 안치홍이 행운의 3루타를 치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석의 노진혁은 스퀴즈 번트 작전을 시도하는 등 상대 수비진을 교란했다. 결국 1루수 땅볼로 3-1의 달아나는 득점을 짜냈다.
승부에 쐐기를 박았던 7회 역시 마찬가지. 무사 1루에서 안권수는 보내기 번트 자세를 취하다가 갑자기 슬래시로 변경, 무사 1,2루 기회를 이끌었다. 후속 황성빈은 번트와 슬래시를 오가다가 2루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1사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한화 마운드의 좌완 김범수의 숱한 견제를 이겨내고 2루 도루에 성공, 2,3루 기회까지 완성시켰다. 결국 잭 렉스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이는 롯데 5연승의 쐐기점이 됐다.
작전과 뛰는 야구의 모습은 과거의 롯데 야구와는 판이하다. 선수단 구성이 달라지면서 벤치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의 면면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최고참인 전준우도 뛰는 야구에 동참할 만큼 롯데의 팀 컬러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롯데의 산 증인과도 같은 전준우는 "나 스스로도 많이 뛰려고 한다"라면서 "다른 선수들도 많이 있는데 작전에 대한 폭도 확실하게 넓어진 것 같고 선수들에게 운도 좋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안권수 황성빈 고승민 박승욱 이학주 윤동희 등 현 6명은 재 1군 엔트리에서 뛰는 야구를 확실하게 구사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원조 '5툴 플레이어' 전준우도 최고참이지만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1루 주자로 있을 때에도 수시로 2루 태그업을 시도할 정도로 주루플레이에 적극적이다. 그는 "원래 하던 플레이다. 올해는 도루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 이런 작전 야구도 제가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야구는 달라졌다. 서튼 감독과 구단의 철학이 맞아 떨어지고 이런 야구를 펼칠 수 있는 김평호, 전준호 등 베테랑 코치까지 영입했다. 롯데 야구의 딴딴함이 이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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