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권 타율 꼴찌팀에 이변은 없었다. 그리고 고질적인 ‘행복 수비’까지 나왔다. 결국 한화는 예고된 결말과 마주해야 했다.
한화는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1-8로 대패를 당했다. 이로써 6승13패1무를 마크했다. 지난 23일 LG전 짜릿했던 7-6 역전승의 기세를 잇지 못했다.
한화는 어쩌면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경기였다. 한화는 1회 노시환의 솔로포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후속 득점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1회말 롯데에 곧바로 동점을 내줬고 3회에는 역전을 허용했다.
롯데의 스트레일리와 한현희 조합을 상대로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하던 한화였다. 하지만 6회이후 한화가 페이스를 끌어올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4,5회 틀어막히던 한현희를 상대로 6회 정은원과 노시환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채은성의 큼지막한 중견수 뜬공 때 1,2루 주자가 모두 태그업 하면서 1사 2,3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올해 한화의 득점권 DNA가 이때부터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화는 올해 득점권 타율 1할8푼9리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유일하게 2할도 되지 않는 구단이었다. 한 번의 기회라도 살렸다면 경기 중후반 양상은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지만 한화는 그 물줄기를 바꾸지 못했다.
6회 1사 2,3루 동점 기회에서 좌타자 이성곤이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가 좌완 김진욱을 투입하자,한화는 우타자 대타 김태연을 넣었다. 그러나 김태연은 무실점 행진 중인 김진욱을 상대로 타이밍을 전혀 맞히지 못한 채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최재훈이 좌중간 방면 큼지막한 타구를 때렸지만 롯데 좌익수 황성빈에게 걸리면서 득점이 무산됐다.
6회말 한화는 어이없이 실점했다. 위기 자체가 없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위기를 스스로 만들었다. 6회말 1사 후 안치홍의 타구가 좌중간으로 높이 떴다. 좌익수 노수광과 중견수 문현빈 둘 중 한 명이라도 콜플레이를 제대로 했다면 무난하게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콜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기본을 망각한 행복 수비가 또 나왔다. 서로의 존재를 인지한 뒤 충돌을 우려해서 움찔했고 타구는 담장까지 굴러갔다. 3루타가 됐다. 결국 1사 3루의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내야 전진수비까지 펼쳤지만 노진혁의 1루수 땅볼을 홈에서 아웃시키지 못한 채 실점했다. 1-3으로 더 격차가 벌어졌다.
한화의 추격은 끝나지 않았다. 7회초 유로결과 문현빈이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갔다. 2스트라이크를 선점 당한 불리한 카운트에서 모두 안타를 쳤다. 오선진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기회를 다시 잡았다. 6회 상황보다 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화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노수광이 바뀐 투수 구승민을 상대로 삼진을 당했다. 정은원이 볼넷을 얻어내며 2사 만루 기회 밥상이 차려졌다.
홈런을 쳤고 현재 한화에서 가장 페이스가 좋은 노시환이 타석에 들어섰다. 노시환도 다르지 않았다. 노시환의 득점권 타율은 1할3푼6리(22타수 3안타)에 불과했다. 이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2이닝 연속 기회를 살리지 못한 대가는 결국 빅이닝 헌납이었다. 7회 5실점 하면서 한화는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