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만 버티면 좋겠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26)가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6피안타 2볼넷 1사구 6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했다. 팀의 6-0 승리를 이끌며 첫 승에 입맞춤했다.
이날 강인권 감독은 박세혁을 2번에 전진배치하는 등 6명의 좌타자들이 포진한 타순을 내놓았다. 메디나 저격용 타선이었다. "메디나가 우타자 몸쪽 투심과 슬라이더 주요 구종으로 던진다. 우타자 공략이 좀 어려워 좌타자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좌타쪽에 포커스 맞추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메디나 공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회 손아섭과 천재환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으나 김주원의 번트실패가 나오고 후속타자들을 잠재웠다. 2회도 한석현을 볼넷으로 내보내고도 박민우의 강습타구를 잘 잡아 병살플레이로 연결시키는 수비능력을 과시햇다.
5회는 1사후 안타를 내주고 한석현을 병살로 유도했다. 6회다 볼넷과 안타가 있었으나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7회와 8회는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앞세워 삼진 2개씩 뽑아내며 영의 행진을 이어갔다. 8회를 마치고 당당히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최고의 투구였다.
김종국 감독은 경기전 "잘 던지기를 기대한다. 주무기 투심이 좀 더 정교한 제구가 되어야 한다. 상대타자들 쉽게 보지 말고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 최소한 5이닝 이상 투구하면 남은 선수들이 남은 이닝 맡을 것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런데 덜컥 8이닝을 소화하며 인생투로 응답했다.
이날의 인생투는 의미가 컸다. 만일 이날도 부진했다면 입지가 좁아졌을 것이다. 구위형으로 뽑았으나 난타를 당하며 우려를 안겨주었다. 신뢰를 잃을 수도 잇었다. 어쩌면 기사회생의 투구였다. 그러나 첫 승까지 따내며 불펜투수까지 아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앞으로 기대를 안겨주었다.
경기후 메디나는 "앞선 2경기에서 내가 원했던 양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제일 속상했다. 오늘은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제구가 내가 원하는 대로 잘 갔다. 가장 자신잇는 구종을 포수와 실험했고 그 구종 위로 경기를 이어갔다. 오늘의 모습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이어 "오늘은 지난 경기와 달리 주자가 나가도 신경을 쓰지 않고 타자와 승부에 집중했다. 거기서 아웃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스피드는 150km 이상 올릴 수 있지만 구속이 아니라 커맨드에 초점을 맞췄다. (최고 148km) 구속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타자에 대해서는 "한국 타자들이 바깥쪽 공을 굉장히 잘 친다. 내 강점은 몸쪽으로 던지는 공인데 한국 심판들이 잘 잡아주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기 힘들었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두자리 승수와 많은 이닝을 책임지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