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나간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25일 NC 다이노스와의 광주경기에서 0-6으로 무력하게 패했다. 상대 선발투수 에릭 페디를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스위퍼와 체인지업, 투심과 커터로 중무장한 페디의 공은 난공불락이었다. 페디는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평균자책점을 0.58로 끌어내렸다.
그래도 2루타를 때려낸 타자가 있었다. 불혹의 4번타자 최형우였다. 2회말 첫 타석에서 페디와 접전을 벌인끝에 바깥쪽 공을 밀어쳐 3루 선상으로 흐르는 2루타를 날렸다. 후속타자들이 침묵해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최형우의 타격기세를 볼 만한 타격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스윙 스피드가 좋아졌다. 초반 안 좋을때는 베테랑인데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거침없이 방망이가 나간다. 헛스윙 하더라도 상대투수가 위축이 된다. 중심에서 형우가 잡아주니 다른 타자들에게도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고 칭찬했다.
최형우는 지난 2년 동안 부진했다. 2020년 타격왕에 오르고 3년 47억 원에 기분좋게 두 번째 FA 계약을 했다. 그러나 2021년 안과질환과 허벅지 부상으로 급전직하했다. 타율 2할3푼3리, 12홈런, 55타점에 그쳤다. 타격 1위에서 51위로 추락했다.
2022시즌도 전반기는 부진의 연속이었다. 타율 2할2푼7리, 타격 43위였다. 그런데 후반기부터 타격이 살아났다. 3할1푼4리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올해는 후반기의 기세를 이어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과 비교하면 몰라보게 출발이 좋다.
25일 현재 3할1푼6리, 3홈런, 11타점을 기록 중이다. 눈에 띠게 좋아진 것은 역시 장타력이었다. 2루타 3개를 곁들여 5할2푼6리를 기록하며 지난 2년간의 부진을 씻어냈다. 타구자체가 멀리가는데다 빠르다. 좌중간 타구도 곧잘 나오고 있다. 40살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지난 2년간은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이제는 좌익수로 나서며 선수기용에 여유를 주고 있다. 좌익수로 나서면 고종욱, 변우혁 등을 타순에 집어넣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체력을 고려해 2회 정도 좌익수로 기용할 게획이었다. 그런데 "주 2~3회도 가능하다"고 밝혀 김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KIA는 올해 황대인과 변우혁, 김석환의 장타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김 감독도 젊은거포들이 내심 최형우의 자리를 빼앗기를 원했다. 그러나 최형우의 존재는 넘사벽이 되고 있다. 젊은거포들이 아닌 불혹의 4번타자가 KIA 타선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