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논란의 ‘디테일’로 끝내기 승리까지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04.26 10: 00

[OSEN=백종인 객원기자] 스코어 4-4. 연장 근무가 걱정되는 9회다. 먼저 랜더스의 결승점이 무산된다. 홈 플레이트 앞에서 펼쳐진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멋진 페이크가 카메라마저 속이지는 못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 그러나 비디오 판독으로 번복됐다. (25일 잠실, LG-SSG경기)
돌아선 말 공격이다. 1사 후 문성주가 좌전 안타로 출루한다. 잠시 망설이던 트윈스 벤치가 결단을 내렸다. 대주자 신민재다. ‘저러다가 연장으로 가면 어쩌려구?’ 그런 걱정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는 결연함이다.
그럼 남은 건 하나다. ‘언제 스타트 하느냐’다. 답은 곧 나왔다. 5구째였다. 카운트 2-2, 포크볼(132㎞)을 떨어트리는 타이밍을 정확히 노렸다. 포수(김민식)가 좋은 송구를 보냈지만, 역부족이다. 주자가 득점권으로 이동한다.

LG 오지환이 9회말 1사 후 우월 2루타로 경기를 끝낸 뒤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2023.04.25 /jpnews@osen.co.kr

그리고 풀 카운트에서 7구째다. 또다시 포크볼(134㎞)이다. 안쪽에 낮게 떨어지는 공을 걷어올렸다. 높이 뜬 타구가 비행을 시작했다. 우익수 한유섬이 온 힘을 다해 쫓는다. 그러나 딱 몇 걸음 부족하다. 공은 워닝 트랙 앞 부분에 떨어진다. 밤 10시 8분, 3시간 39분간의 접전이 마무리됐다.
오지환이 우익수 뒤에 타구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양팔을 벌리며 기뻐하고 있다. 2023.04.25 /jpnews@osen.co.kr
끝내기 순간에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물론 주인공 오지환의 타격도 좋았다. 하지만 그 타구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바탕이 된 벤치의 밑그림을 이해해야 한다. 달리는 야구, 즉 도루의 효과다.
앞서 대주자 신민재를 기용하고, 2루로 스타트시켰다. 성공했지만 이 대목은 반론의 여지도 있다. 가장 타격감이 좋은 3~4번(오지환, 오스틴)이 나올 차례다. 묵직한 중량감을 가진 타자들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특히 오지환은 좌타자다. 주자가 있으면, 1루수의 수비폭이 줄어든다. (주자 견제를 위해) 베이스에 붙기 때문에 1, 2루간이 넓어진다. 그러나 움직였다. 기어이 도루 작전을 성공시킨 것이다.
1사 후 주자가 1루에서 2루로 갔다. 여기에 따라 외야 수비의 위치는 많이 달라진다. 어차피 1점만 주면 끝 아닌가. 그걸 막기 위한 포메이션을 구축한다. 이를테면 1루 때는 가능한 깊게 잡는다. 2루타를 주지 않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반면 주자가 2루로 가면 외야는 최대한 전진한다. 몇 걸음이라는 공식은 없다. 안타가 나왔을 때, 잡아서 홈에 승부할만한 거리까지 앞으로 나간다.
실전으로 가보자. 끝내기 순간이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받아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날카로운 정타는 아니었다. 시속 154.8㎞, 발사각도 29.5도, 비거리 107.2미터의 완만한 곡선이었다. 워닝 트랙까지도 날지 못했다. 펜스 보다도 꽤 앞 쪽이다. 만약 조금 전 상황, 그러니까 1사 1루 때의 위치였다면.... 우익수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다.
승자들이 물을 뿌리며 기뻐하는 순간이다. 마운드의 노경은은 그 때까지도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한다.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다. 어쩌면 그는 우익수 플라이 정도라고 생각했을 지 모른다. 그래서 더 진한 미련이 남았으리라.
극적인 끝내기 승리 뒤에 염경엽 감독이 오지환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23.04.25 /jpnews@osen.co.kr
트윈스의 개막 초반은 성공적이다. 마무리와 주전 유격수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높은 승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종종 비판에 시달렸다. 잦은 개입(작전)에 대한 반감이 탓이다. 특히 급증한 도루(실패)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필자도 관련된 글을 올린 1인이다.
그러나 이날은 그의 방식이 성공한 하루였다. 가장 컨디션 좋은 3~4번 타자를 두고, 과감한 작전을 감행했다. 그걸로 인해 수비 변화를 유도하고, 그 허점을 돌파했다. 덕분에 1위를 잡았다. 어렵고 중요한 게임이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디테일’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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