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인터뷰의 정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팬들 사이에서 '인터뷰 정석의 저자'라고 불렸던 그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터뷰 능력이 한층 더 좋아졌다는 평가. 지난 25일 두산 사령탑으로 첫 대구 원정을 온 이승엽 감독은 인터뷰의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방문하게 된 그는 "아직까지 특별한 느낌은 없다. 진짜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지난해 처음 두산과 함께 한다고 했을 때 그때는 또 다른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두산의 일원이 된 거 같다"고 했다.
또 "오늘 숙소에서 나올 때 비오는데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우천 취소되면 투수 로테이션은 어떻게 가져갈지 생각했을 뿐"이라며 "이제는 냉정해져야 할 때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역 시절 삼성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구단 역대 세 번째 영구결번 주인공인 이승엽 감독은 두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삼성팬 입장에서는 삼성이 아닌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 감독의 모습이 낯설고 서운할 듯.
이승엽 감독은 "선수 시절 삼성에서 뛰면서 팬들께 받은 사랑은 잊을 수 없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좋은 시절을 보냈다. 이제는 지도자로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두산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없었다면 두산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다. 삼성 팬들도 이해해 주실 거라 믿는다. 이제는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오른쪽 외야 관중석 벽에는 이승엽 감독의 얼굴과 현역 시절 등번호 36번이 새겨져 있다. 벽화 아래에는 이승엽 감독의 핸드 프린팅과 한일 통산 홈런수인 626이 찍힌 대형 야구공도 있다.
그는 "오른쪽 외야에 있는 제 벽화도 방송 인터뷰 때 한 번 쳐다보라고 해서 봤는데 별 느낌이 없었다. 사실 내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이기도 하다. 정말로 아직까지는 느낌이 없고 내일 경기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의 정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이승엽 감독. 이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취재진도 이승엽 감독의 수준 높은 인터뷰 능력을 호평했다.
분명한 건 언변만 뛰어나다고 인터뷰 능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평소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춰야만 한다. 실언을 일삼는 일부 정치인들이 이승엽 감독의 실력과 품성 못지 않게 인터뷰 능력을 배워야 할 것 같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