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을 벌벌 떨게 만든 사나이는 왜 7회 동점 찬스에서 강공이 아닌 스퀴즈번트를 시도했을까.
KT 이강철 감독은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첫 맞대결을 앞두고 거포 기대주 문상철을 선발 라인업에 전격 포함시켰다. 앤서니 알포드-박병호-장성우에 이어 6번 지명타자 중책을 맡겼다.
리그 최고 에이스 안우진을 맞아 왜 백업 선수를 선발 명단에 넣었을까. 통산 타율 2할2푼2리의 문상철은 지난해 안우진 상대로 타율 5할(6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활약하며 안우진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강철 감독은 “투수가 아무래도 멘탈적으로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찬스에서 걸리면 괜히 찝찝하다. 타율 5할이면 좋은 기록이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실제로 안우진은 이날 문상철을 만나 급격히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2회 2사까지 5타자 연속 범타로 순항하다가 문상철을 만나 풀카운트 승부 끝 볼넷으로 첫 출루를 허용했고, 5회에는 3루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김휘집의 실책이 나오며 또 1루를 내줬다. 문상철 쪽으로 이상하게 좋은 기운이 쏠렸다.
의문의 장면은 KT가 0-1로 뒤진 7회에 나왔다. 선두 알포드가 좌전안타로 마침내 첫 안타를 신고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박병호의 야수선택 때 2루주자 알포드가 3루에서 세이프되는 행운이 따랐다. 무사 1, 3루 기회. 그러나 장성우가 포수 파울플라이에 그치며 주자 진루 없이 아웃카운트 1개만 늘어났다.
1사 1, 3루에서 등장한 타자는 세 번째 타석을 맞이한 '안우진 킬러' 문상철. 안우진과의 진검승부가 예상됐지만 초구 헛스윙 이후 2구째 돌연 번트를 시도했다. 타구가 투수 앞으로 정직하게 향했고, 결국 3루주자 알포드가 홈에서 아웃됐다. 상대의 허를 찌른 스퀴즈번트가 실패로 끝난 순간이었다. 문상철이 안우진 킬러였기에 작전 없이 강공 승부를 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KT는 결국 키움에 0-1로 석패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날의 팀 안타는 7회 알포드의 좌전안타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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