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양현종(KIA)이 얼마 전 개인 통산 160승을 거두자 다승 기록의 권위자들이 총출동해 품격이 다른 대화를 나눴다.
양현종은 지난 22일 광주 SSG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송진우(210승), 정민철(161승)에 이어 역대 3번째로 개인 통산 160승 고지를 밟은 순간이었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서 KIA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양현종은 458경기 만에 160승이라는 대기록을 해냈다.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과거 투수코치 시절 제자였던 양현종의 160승을 누구보다 반겼다. 이강철-양현종 사제지간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는 청출어람이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타이거즈에서 통산 152승, 탈삼진 1751개 등 각종 대기록을 써내며 구단 레전드 투수로 우뚝 섰지만 세월이 흘러 양현종이 다승(160승), 탈삼진(1835개) 등 이 감독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스승보다 나은 제자가 됐다.
프로 선수 입장에서 자신의 기록이 깨지는 게 썩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감독은 늘 제자의 기록 달성을 축하해왔다. 기록 경신은 곧 프로야구의 발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제자를 향한 각별한 마음도 축하 메시지에 담겨 있다. 이 감독은 이날도 “(양현종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라고 미소를 지으며 제자의 대기록을 반겼다.
공교롭게도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또 한 명의 다승왕 레전드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있었다. 이 감독은 양현종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한 뒤 돌연 정 위원을 바라보더니 “이제 몇 승 남았지?”라고 웃으며 질문했다. 양현종과 정 위원의 통산 승수 차이를 물어본 것. 이에 정 위원은 “제가 지금 1승 더 많습니다. 그런데 곧 깨질 것 같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 레전드의 품격 있는 대화는 계속됐다. 정 위원이 “그래도 우완투수 중에는 제가 아직 1등입니다. 이건 좀 오래 갈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이 감독은 “그럼 나도 언더핸드로 가야겠다. 아마 언더 다승 기록은 쉽게 깨기 힘들 걸?”이라고 답하며 더그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KBO리그 현역 오른손 투수 가운데 최다승 투수는 88승을 기록 중인 LG 송은범이다. 또한 잠수함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를 거둔 투수는 삼성 우규민(79승)이다. 이강철, 정민철 두 레전드는 잠수함과 우완투수계에서 꽤 오랫동안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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