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활약했던 두산 이승엽 감독의 파이어볼러 갈증이 지난주 대전 원정을 통해 말끔히 해소됐다. 이 감독은 ‘160km 듀오’ 문동주(20)-김서현(19)의 등장이 한국야구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감독은 지난 18~20일 대전 한화 3연전에서 신선한 충격을 경험했다. 이른바 꿈의 160km를 던지는 투수(문동주)와 이에 근접한 구속을 내는 투수(김서현)를 두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다. 그 동안 KBO 홍보대사, 해설위원, 야구장학재단 이사장을 하면서 한국 야구의 파이어볼러에 대한 갈증이 컸던 이 감독 입장에서는 승부와 별개로 두 선수의 등장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진흥고를 나와 2022 한화 1차 지명된 문동주는 지난 12일 광주 KIA전에서 1회 박찬호 상대 시속 160.1km 강속구를 뿌리며 KBO리그 최고 구속을 경신했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의 투구추적시스템(PTS)이 공식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국내 선수가 160㎞ 이상의 직구를 던진 건 문동주가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2년 9월 7일 롯데 최대성이 한화 장성호 상대로 뿌린 158.7km. 문동주는 18일 대전 두산전에서도 강속구를 앞세워 5⅔이닝 2피안타 4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김서현의 구속 또한 만만치 않다. 서울고 출신의 김서현은 2023 신인드래프트서 한화 1라운드 1순위로 뽑힌 뒤 지난 19일 대전 두산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갖고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고 구속은 KBO 공식 PTS 기준으로 157.9km였고, 한화 구단이 사용하는 트랙맨 시스템 기준으로는 160.1km로 측정됐다.
대전에서 이들을 모두 상대한 이 감독은 “야구 전체로 봤을 때 너무 좋은 일이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보셨겠지만 160km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았고, 대부분 평균 구속이 150km 이상이었다”라며 “그런 걸 보면서 ‘왜 한국은 그런 투수가 안 나올까’라는 생각과 함께 부러움과 시기의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문동주, 김서현, 안우진(키움) 등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들이 나오니까 반갑다”라고 반색했다.
이 감독은 더 나아가 “타격도 한 명이 치면 연쇄적으로 계속 친다. 구속 또한 안우진, 문동주, 김서현 등 이런 선수들이 나오면 어린 선수들이 배우게 된다”라며 “과거 150km가 정말 빠르다고 했던 시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155km 이상은 던져야 진짜 빠르다고 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더 많은 강속구 투수들이 나왔으면 한다. 또 우리 팀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그렇다면 파이어볼러의 연쇄적인 등장이 타격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 감독은 “공이 아무리 빨라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반응하다 보면 적응이 된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조금씩 눈에 익히면 공략할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 타자들이 안우진, 문동주 공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겠지만 계속 눈으로 보고 적응하면 공략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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