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경험이 없는 이승엽 감독이 4월 선두 경쟁을 할 거라고 예상한 이가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과연 두산 이승엽호의 초반 상승세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난해 창단 첫 9위에 그친 팀을 쇄신할 적임자로 ‘국민타자’ 이승엽을 택한 두산 베어스. 사령탑 선임 당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던 게 사실이었다. 현역 시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커리어를 보낸 이승엽이지만 2017년 은퇴 후 현장 지도자를 맡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설위원, KBO 홍보대사, 야구장학재단 이사장 등 꾸준히 야구 발전에 기여했으나 코치, 감독 등 지도자와는 별개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시즌 개막 후 3주가 흐른 현재 초보 감독이 이끄는 베어스는 과거 왕조 시절에 버금가는 위용을 뽐내고 있다. 시즌 11승 1무 7패(승률 .611)를 기록하며 1위 SSG, 2위 LG에 1경기 뒤진 3위에서 선두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개막 후 단 한 번도 5할 승률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고, 22일 시즌 첫 3연승과 더불어 작년 4승 12패로 고전했던 KT를 만나 2승 1무 위닝시리즈를 해냈다. 21일에는 KT전 9연패에서 탈출하며 그들과의 악연까지 끊어냈다.
더 놀라운 건 두산의 전력이 지금 완전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마운드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이 스프링캠프서 골타박상을 당해 아직 데뷔조차 하지 못했고, 베테랑 필승조 김강률, 외야수 김인태, 김대한 등이 2군에서 재활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팀 평균자책점 4위(3.39), 퀄리티스타트 공동 2위(8회), 홈런 2위(15개) 등 고른 투타 지표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김동주, 최승용, 양찬열, 안재석, 최지강, 이병헌 등 신예들의 스프링캠프 하드트레이닝이 빛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지금의 두산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쩌면 이승엽 감독의 초보답지 않은 냉정함이 초반 상승세의 원동력인 것 같기도 하다. 이 감독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경기 내용이 완벽하지 않다. 어제(22일)도 견제사가 2개나 나왔다”라며 “감독과 코치, 선수와 코치의 호흡이 완벽하지 않다. 야구는 누가 잘하냐보다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이제 17경기 정도 했으니 계속 채워나가면 좋아질 것 같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냉정함과 함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야구를 주입시키고 있다. 이는 두산 육상부 부활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뛰는 야구를 하고 있다”라며 “주루사, 도루 실패를 해도 전혀 질책할 생각이 없다. 실패를 해봐야 성공도 하는 법이다. 다만 다음에는 경기 상황을 읽으면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일단 지금까지는 당초 세웠던 목표 이상을 해내고 있다. 딜런의 이탈로 버티기모드를 선언한 팀이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 감독은 “순항은 아니지만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며 “다만 아직 4월을 마치려면 7경기(23일 경기 포함)를 더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서 최대한 많이 이겨서 승수를 쌓아놔야 한다. 야구는 안 좋을 때가 분명 오기 때문에 좋을 때 달려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만족 없는 초보 감독의 냉정함. 기본기에 충실한 야구. 스프링캠프 강훈련을 통한 어린 선수들의 약진. 이승엽호의 초반 상승세를 이끄는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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