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투수의 기를 살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롯데 자이언츠 2년차 외야수 윤동희(20)의 대범함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드러났다. 2군을 폭격한 그 자신감을 1군 무대까지 이어왔다. 그리고 통산 131세이브에 빛나는 국가대표 마무리 이용찬 앞에서도 보여줬다.
롯데는 2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9회 5득점을 뽑아내는 저력을 발휘하며 5-3으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4연승이자 올 시즌 첫 3연전 스윕이었다.
롯데는 NC 선발 이용준을 상대로 6이닝 노히터로 침묵했다. 7회 안치홍의 안타가 첫 안타였다. 그리고 팀의 두 번째 안타를 때려낸 선수가 바로 이날 1군에 콜업된 윤동희였다.
윤동희는 올해 퓨처스리그 타율 4할3푼6리(39타수 17안타) 1홈런 11타점 OPS 1.136의 성적으로 폭격하고 1군에 콜업됐고 기회를 잡았다. 9번 김민석의 대타로 등장해 NC 좌완 임정로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팀의 두 번째 안타였다. 후속타는 없었다.
여전히 롯데는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롯데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NC 마무리 이용찬을 흔들었다.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고 노진혁의 밀어내기 볼넷과 대타 전준우의 내야안타에 이은 상대 실책으로 2점을 뽑아 3-3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무사 2,3루에서 한동희가 2루수 내야뜬공으로 물러났다. NC는 후속 정훈과의 승부를 피했다. 자동 고의4구로 걸어나갔다. 윤동희에게 기회가 왔다.
이용찬의 주무기인 포크볼에 윤동희가 대처하기는 쉽지 않았다. 초구 포크볼을 지켜봤고 2구 째 포크볼은 헛스윙을 했다. 이 과정에서 윤동희는 무언가를 알아챈 듯 대선배인 이용찬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습이 이용찬을 흔들었을까. 이용찬은 포크볼을 더 강하고 정교하게 꽂으려다가 계속 볼을 던졌다. 윤동희는 속지 않았다.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이끌었고 이용찬이 던진 회심의 패스트볼이 볼로 판정됐다. 결승 밀어내기 볼넷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2년차가 참기 힘든 과정을 대범하게 이겨냈다.
경기 후 윤동희는 "저에게 기회가 올 것 같았다. 기회가 왔으면 했는데 정말 기회가 오더라. 뭔가 칠 것 같았다. 이번에는 그래도 여유가 생겨서인지 안 될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라고3-3 만루 상황에서 마음가짐을 전했다.
그리고 이용찬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대해서 설명했다. "사실 뭘 알고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 포크볼을 보내고 내가 어려운 표정을 지으면 상대 투수의 기를 상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할 수 있다', '칠 수 있겠다'라고 긍정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다 보니까 그런 모습이 나온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대범함이 결국 롯데의 기적적인 역전극으로 연결됐다. 왜 롯데가 기대하는 '툴가이' 유망주였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