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을 갖고, 앞으로 형들과 함께 고생하겠다."
롯데 자이언츠 불펜에 지원군이 도착하기까지 약 3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3주를 버틴 보람이 느껴지는 경기를 펼쳤다. 최준용(22)이 본래 자리인 1군 필승조 역할로 돌아왔고 팀의 승리를 모두 책임지며 완벽한 복귀전을 치렀다.
최준용은 지난 21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최준용의 시작은 2군이었다. 시범경기 성적은 5경기 평균자책점 13.50(4이닝 6자책점) 9피안타(3피홈런)에 그쳤다. 구위와 컨디션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판단한 코칭스태프는 최준용에게 시간을 두고 준비시킬 것을 지시했다.
최준용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었지만 코칭스태프는 단호했다. 그럼에도 최준용은 여전히 필승조 구상에 들어있었고 완벽하게 돌아오기를 기대했다. 기대대로, 최준용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배영수 코치는 "믿었던만큼 완벽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돌아와줬다"라고 칭찬했다.
지난 21일 창원 NC전 1-2로 추격하던 8회 최준용은 시즌 첫 등판을 했고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147km의 패스트볼이 묵직하게 꽂혔다. 창원NC파크에서 측정한 전광판 데이터에는 패스트볼 RPM(분당 회전수)가 2556회까지 찍혔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까지 섞어 던지면서 한층 더 진화했다.
그리고 22일 경기에서도 8-5로 추격을 당하던 8회 1사 1,2루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했다. 첫 타자 천재환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승계주자를 들여 보냈지만 한석현을 1루수 파울플라이, 손아섭을 땅볼로 직접 처리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최준용이 돌아온 뒤 팀은 모두 승리했고 이 승리 과정에서 필승카드라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최준용은 올 시즌 첫 등판을 복기하면서 "너무 오랜만에 1군에서 던져서 설레기도 했고 긴장도 많이 됐다. 신인 때 올라왔던 느낌과 비슷했다"라고 전했다.
2군에서의 출발에 대해서 그는 "제 실력을 인정했다. 2군에서 더 떨어질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준비했고 1군에 올라갔을 때는 기대하시는 것만큼 제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다"라면서 "2군에서 컨디션을 잘 관리해주셔서 앞으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돌직구가 돌아온 것은 물론, 다양한 변화구까지 실전에서 다양하게 구사했다. 그는 "내가 직구를 주로 던진다는 것은 상대가 다 알고 있다. 제2구종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라며 "코치님들이 변화구로 타자들의 시선과 생각을 흐트려 놓는 게 좋다고 조언을 해주셔서 패턴에 변화룰 줬다. 커브를 많이 연습했고 잘 활용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최준용이 없는 동안 구승민 김원중 등 기존의 필승조 투수들이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김상수 김진욱 등이 새로운 필승조 역할을 했지만 필승조가 미완성된 상황에서 과부하가 일찌감치 찾아오는 듯 했다. 구승민과 김원중은 "혼자 체력 관리 다 하고 왔다. 우리 고생하는 거 안 보이냐"라고 장난스레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제는 경기 후반에 이 부담을 나눠서 맡아야 한다는 건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승민이 형과 원중이 형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앞으로 그렇게 고생하시지 않고, 저도 함께 고생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면서 "1군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됐다. 7,8회에 우리 투수들이 잘 막아야 승리할 수 있게 때문에 1구 1구 간절하고 소중하게 던지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