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김상현도 만루홈런을 쳤다.
2009년 KIA 타이거즈의 우승 공신은 단연 김상현이었다. 2000년 해태에 입단했지만 2년만에 정성훈에 밀려 LG로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LG는 거포로 키우려고 했지만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다 4월 10일 재트레이드로 KIA에 복귀했다. 당시 조범현 감독은 김상현을 오자마자 3루수로 붙박이 기용했다. KIA 우승 주역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계기는 4월26일 삼성과의 대구경기였다. 시즌 마수걸이포로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2호와 3호도 만루홈런이었고 최희섭과 함께 CK포를 가동하며 중심타자 노릇을 했다. 8월에는 15개의 홈런을 양산했다. 그 해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을 올리며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KIA는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화려한 트레이드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KIA 젊은거포 변우혁(23)이 14년 만에 김상현을 소환했다. 지난 22일 삼성과의 광주경기에서 1회말 원태인을 상대로 좌월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2호 홈런이자 자신의 첫 만루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KIA는 2연승을 차지했고 양현종은 역대 세 번째로 160승을 따냈다.
변우혁도 김상현처럼 이적생이다. 2022시즌을 마치고 한승혁과 장지혁 등 투수 2명을 한화에 내주고 영입했다. 코너 내야를 맡은 우타 거포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개막 2차전에서 첫 홈런을 날리며 기대감을 안겼으나 이후 타격이 주춤했고 선발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이날 만루홈런으로 재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공교롭게도 변우혁은 김상현의 홈런 영상 모음을 보고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김상현과 비슷한 타격폼을 시전했다. 홈런을 때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똑같은 배트플립까지 했다. 변우혁은 "영상을 봤는데 되게 멋있었다. 그때 김상현 선배님도 트레이드로 KIA에 와서 홈런 30개를 쳤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선배 김상현처럼 트레이드 신화의 길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김상현처럼 파워를 갖춘 코너 내야수이다. 누구보다 성공의지가 강하다. "트레이드 통보받고 노래를 부르며 광주에 내려왔다. 이후 KIA에서 매일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동기부여도 되고 있다.
타이거즈의 상징인 검빨 유니폼을 입고 자랑스러워했다. "학교 다닐 때 TV에서 보고 되게 멋있다고 생각을 했다. 실제로는 여기에서 입을 기회가 와서 너무 좋았다. 아까 혼자 사진도 찍었다. 그 정도로 입고 싶었던 옷이었다"며 웃었다. 변우혁도 빨간 유니폼을 다시 입고 우승을 이끈 제2의 김상현이 될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