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이 형 감동 받았습니다"...36세 베테랑 혼신의 질주, 롯데 '원팀'의 중심에 있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4.22 08: 00

"(정)훈이 형 감동 받았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2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연장 10회 접전 끝에 3-2 신승을 거뒀다. 롯데는 2연승을 거두면서 시즌 8승8패를 마크, 5할 승률에 도달했다. 
롯데가 줄곧 끌려갔던 경기다. 1회 1실점 했고 3회 1실점 했다. 그러나 선발 나균안이 최소 실점으로 틀어막았다. 7이닝 100구 3피안타 2볼넷 1사구 6탈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피칭을 펼치면서 경기를 지탱했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이 연장 10회초 2사 1, 3루 렉스 타석때 NC 다이노스 김영규의 폭투에 홈으로 쇄도 역전에 성공하고 있다. 2023.04.21 / foto0307@osen.co.kr

결국 NC 선발 구창모에 6이닝 동안 틀어막혔던 롯데는 8회 무사 만루에서 고승민의 병살타로 1점, 그리고 9회 난공불락의 마무리였던 이용찬을 상대로 노진혁의 2루타와 상대 폭투, 한동희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경기는 연장으로 흘렀다.
연장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승부가 판가름 났다. 롯데가 연장 10회에 결승점을 뽑았는데 2사 후 집념의 득점이었다. 롯데는 NC 마운드의 좌완 김영규를 상대했다. 롯데의 좌타라인인 김민석이 삼진, 안권수가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쉽게 2사가 됐다. 그리고 롯데는 또 다른 좌타자인 고승민 타석에 우타자인 정훈을 내세웠다. 
정훈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9푼1리(11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주전 1루수였지만 안권수의 합류, 유망주 고승민의 1루 포지션 전환의 이유로 주전 자리에서 밀렸다. 그리고 정훈은 이런 변혁의 상황 속에서 쉽게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시범경기부터 정규시즌까지 침묵이 이어졌다. 
좌투수 상대 스페셜리스트로도 어느정도 경쟁력이 있었지만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정훈이라는 베테랑의 가치를 벤치는 간과하지 않았다. 
정훈은 연장 10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고승민의 대타로 등장해서 6구 접전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정훈의 장점이기도 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집념의 끈질긴 승부로 출루에 성공했다. 2사 후라도 그 효과는 상당했다. 정훈이 출루한 뒤 김영규는 흔들렸고 전준우가 중견수 앞에 빗맞은 안타를 뽑아내면서 기회를 이어갔다. 이때 정훈은 전력질주를 하면서 3루에 도달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채 3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정훈의 볼넷으로 이어진 기회는 2사 1,3루까지 만들어졌다. 결국 정훈의 볼넷으로 이어진 기회를 정훈이 매듭지었다. 2사 1,3루에서 잭 렉스의 타석, 2볼에서 3구째 헛스윙이 나왔지만 공이 뒤로 빠졌다. 타자의 스윙과 폭투라는 혼돈의 상황이었지만 정훈의 경기집중력은 대단했고 그 틈을 파고 들어서 홈을 쓸었다. NC의 대처도 기민했지만 정훈의 쇄도가 더 빨랐다. 비디오판독으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훈의 집념이 결승득점으로 이어졌다.
정훈은 경기 후 쑥스러운 표정으로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정훈의 집념과 승리를 향한 집념을 모두 알고 있었다. 래리 서튼 감독은 "정훈이 좋은 선구안으로 출루했고 3루 주자일 때 빠지는 공에 잘 준비하고 있던 덕에 소중한 결승점이 만들어졌다"리고 칭찬했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이 8회말 안타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04.19 / foto0307@osen.co.kr
이날 3안타를 때려낸 유강남도 정훈의 플레이에 감탄했다. 유강남은 "오늘 훈이 형이 마지막에 볼넷을 얻었는데 그 볼넷이 없었으면 점수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에 마지막에 그 주루플레이가 결승점이 됐다. 훈이 형에게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3안타를 때려낸 유강남은 정훈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유강남은 "훈이 형과 밥을 같이 먹으면서 얘기를 했는데 '너무 공을 쫓아다닌다'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너무 좋은 식사자리였다"라면서 "그 조언으로 3안타를 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 정훈과의 일화를 전하면서 감사함을 전했다.
정훈은 방출과 현역 군생활, 육성선수라는 인고의 시간들을 딛고 프리에이전트(FA)까지 한 인간 승리의 표본과도 같은 선수다. 이런 선수가 주전에서 밀려났지만 백업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헌신적으로 팀의 1승을 이끌었다. 래리 서튼 감독과 롯데가 추구하는 '원팀'의 면모를 고참급 베테랑이 몸소 보여줬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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