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경기 전 오후 5시 무렵 LG 선수단이 평소보다 늦게 야구장에 도착해 3루 덕아웃 앞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화 채은성이 미소를 가득 머금고 LG 선수단으로 찾아왔다. 지난해까지 LG에서 뛴 채은성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6년 90억 원에 계약했다.
정든 LG를 떠났던 채은성은 올 시즌 처음 LG와 경기를 하게 됐고, 이날 LG 선수들을 반기며 찾아왔다. (시범경기에서 LG와 한화는 경기 일정이 없었다)
채은성은 LG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현수와 포옹하고, 문보경과는 인사 후에 문보경의 신발을 밟으려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누워서 워밍업을 하고 있는 정주현을 발견하고는 달려가 격하게 끌어안기도 했다. 채은성과 정주현은 2009년 LG 입단 동기다.
채은성은 이후 덕아웃에서 앉아 취재진 인터뷰를 하고 있던 염경엽 감독을 찾아와 어깨를 주무르며 인사했다.
채은성이 “감독님 얼굴 좋으신데요”라고 인사하자, 염 감독은 “얼굴이 좋아? 17경기를 어떻게 한 줄 알아, 피 말리면서 했어”라고 엄살을 부렸다. 채은성은 “저희는 더 피 말렸어요. 그래도 (LG는) 이긴 게 좋은 거 잖아요”라고 부러워했다.
염 감독은 “너무 잘 치는 거 아니야. 다 1등 아니냐”라고 말하자, 채은성은 “돈 받으면 열심히 해야죠”라고 화답했다.
채은성은 20일까지 16경기 타율 3할9푼1리(64타수 25안타) 4홈런 19타점 11득점 OPS 1.093을 기록 중이다. 타점 1위, 최다안타 1위, 홈런 공동 1위다. 타율과 장타율, OPS는 2위다. 출루율 4위, 득점 공동 7위로 도루(0개)를 제외하고 모두 상위권이다.
염 감독은 “네가 여기(LG) 있었으면 다른 팀들은 다 죽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한화와 FA 계약으로 LG를 떠난 것을 말한 것. 채은성은 “만약에 라는 건 없어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채은성이 돌아간 후 염 감독은 채은성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채은성은 염 감독이 예전 LG에서 운영팀장으로 있을 때 드래프트에서 직접 뽑은 선수였다. 염 감독은 "고려대 가려는 걸 데려 왔다. 순천효천고에서 포수였는데, 뽑아서 처음에 3루수를 시켰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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