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보충수업…그렇게 '강릉고 특급 좌완 김진욱'이 돌아왔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4.21 07: 15

롯데 자이언츠가 기대했던 그 모습이 드디어 나타나고 있다. 매일매일 보충수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김진욱(21)은 이제 자신의 잠재력을 완전히 펼쳐보이는 것일까.
김진욱은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4탈삼진 1볼넷 무실점 노히터 피칭을 펼쳤다.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투구는 완벽했고 팀의 5-3 역전승에 확실하게 기여했다.
김진욱은 이날 4-3으로 겨우 앞서던 4회초 무사 1루에서 선발 댄 스트레일리를 구원했다. 스트레일리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고 판단한 코칭스태프는 4회 선두타자 고종욱에게 안타를 맞자마자 스트레일리를 강판시켰다.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이 7회초 무사 1루 교체를 위해 배영수 코치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04.20 / foto0307@osen.co.kr

이후 김진욱이 올라왔다. 영웅 탄샌의 시작이었다. 4회 1사에서 6회까지 탈삼진 4개를 곁들이며 퍼펙트로 이닝을 삭제시켰다. 기세등등한 김진욱에게 벤치는 7회까지 맡기려고 했다. 하지만 7회 선두타자 변우혁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박수받기에 충분한 완벽투였다. 이로써 김진욱은 올해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제로의 완벽투를 이어갔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김진욱이었다. 강릉고를 고교 최강으로 올려놓은 특급 좌완 에이스 재목. 1차 지명 대상자가 아니었기에 김진욱은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은 너무나 확실했다. 
김진욱의 초고교급 구위는 프로에서도 인정 받았다. 데뷔시즌 개막 선발진에 포함되면서 잠재력을 뽐낼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이후 불펜에서 조금이나마 영점을 잡고 구위를 뽐냈다. 2021시즌 도중 열린 도쿄올림픽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시즌 성적은 39경기 4승6패 8홀드 평균자책점 6.31. 45⅔이닝 동안 45개의 탈삼진을 잡는 구위는 확인했지만 49개의 볼넷을 내줬다.
2022년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퇴보했다. 14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6.36의 성적에 그쳤다. 46⅔이닝 동안 52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역시 볼넷이 35개나 됐다. 영점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겨우내 김진욱의 제구력을 잡기 위해 배영수 코치부터 구단 전체가 머리를 맞댔다.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 파견까지 다녀왔다. 괌 스프링캠프에서도 강영식 코치, 김현욱 코치와 함께 매일같이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이 보충수업은 정규시즌에 들어와서도 이어지고 있다. 김진욱도 묵묵히 이를 따랐다. 경기 전 사직구장에서 김현욱 코치와 함께 훈련을 마치고 가장 늦게 라커룸으로 복귀하는 선수가 바로 김진욱이다.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이 역투하고 있다. 2023.04.15 / foto0307@osen.co.kr
김진욱은 "기술적인 부분 멘탈적인 부분 모두 달라졌다. 김현욱 코치님과 많이 얘기를 하면서 하체 쓰는 방법과 중심 이동을 계속 연습하고 있다. 작년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불안정한 부분을 줄이려고 했고 그게 몸에 배는 것 같다"라면서 "볼이 들어갈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보다는 이제 그냥 확신을 갖고 항상 던지려고 한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속은 이제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코치님께서 '구속은 네가 기술적인 부분만 조금 더 보완하면 올라올 수 있다. 그러면 더 쉽게 스피드를 낼 수 있다'라고 말씀하셔서 구속은 이제 신경쓰지 않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구속보다는 스트라이크, 제구, 그리고 자신감이 더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계기도 있었다.지난 4일 인천 SSG전이었다. 당시 1-3으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은 볼넷 3개를 내주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경기가 강우콜드게임으로 종료되면서 김진욱은 기사회생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그는 "당시 인천 경기가 계기가 되긴 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더 좋은 공을 던질지 많이 생각하게 됐다. 정말 좋은 계기였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기세가 이어지기를 김진욱은 물론 구단 모두가 바라고 있다. 롯데가 기대했던 '강릉고 특급 좌완' 김진욱으로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과연 김진욱은 올 시즌을 성장의 확실한 모멘텀으로 만들고 도약할 수 있을까. 시작은 괜찮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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