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그라운드에서 LG 선수들을 만난다. 이제는 한화 유니폼이 제법 익숙해진 ‘FA 모범생’ 채은성(33)이 친정팀 LG와 적으로 처음 마주한다.
한화는 21일부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LG를 상대로 홈 3연전을 갖는다. 채은성은 지난해 10월28일 LG 소속으로 치른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6개월 만에 그라운드에서 LG 선수들과 만난다. 이제는 유니폼이 다르다는 게 차이점이다.
지난해까지 LG에서 14년을 뛴 채은성은 쌍둥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선수였다. 지난 2009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채은성은 세 자릿수 등번호로 시작해 당당히 1군 중심타자가 됐고, 그 과정을 지켜본 팬들이 가장 아끼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채은성은 정든 LG를 떠났다. 샐러리캡이 가득찬 LG는 FA 채은성에게 거액을 안겨줄 수 없었고, 6년 최대 90억원을 제시한 한화로 이적했다. LG를 떠나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첫사랑을 가슴에 묻어두는 것처럼 한화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등번호도 LG 시절 55번 대신 22번을 새로 택했다. LG 측에서 기존 응원가도 한화에서 쓸 수 있게 배려해줬지만 정중하게 고사했다.
한화과 계약 후 채은성은 “LG는 육성선수였던 내게 자리를 만들어 성장시켜준 팀이다. 팀을 떠나게 돼 아쉬움이 크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트윈스 유니폼은 입지 않지만 야구선수로서 채은성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LG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화맨으로 다시 태어난 채은성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야수조장을 맡아 어린 선수들의 모범이 되는 리더십을 보였다. 시즌 개막 후에는 폭풍 같은 타격으로 타선을 이끌고 있다. 개막 16경기에서 타율 3할9푼1리(64타수 25안타) 4홈런 19타점 6볼넷 8삼진 출루율 .452 장타율 .641 OPS 1.093으로 대폭발 중이다.
안타·타점 단독 1위, 홈런 공동 1위, 타율·장타율·OPS 2위, 출루율 4위로 주요 공격 지표에서 채은성의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WAR 야수 부문 전체 1위(1.41·스포츠투아이 기준)로 한화에 없어선 안 될 절대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채은성은 진정한 프로페셔널 정신을 갖춘 선수다. 그가 우리 팀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것밖에 없다”고 예찬했다.
타격감이 절정인 상황에서 드디어 친정팀 LG와 첫 대결을 한다. 채은성은 지난 1월 비시즌부터 LG 선수들과 첫 맞대결을 기대했다. 당시 그는 “LG와 첫 대결을 하면 많이 어색할 것 같다. 선수들끼리 서로 웃고 있을 것이다”며 “LG와는 캠프에서 연습경기도 없어 처음 만나면 진짜 오랜만이다. 더 어색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는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LG와 한 번도 경기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6개월 만에 그라운드에서 친정 식구들을 만날 채은성의 반가움이 어느 때보다 크겠지만 현재 한화의 팀 사정은 여유가 없다. 9위로 처진 상황에서 1위 LG를 상대하게 돼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최고 FA 모범생이 된 채은성의 방망이가 LG 상대로도 활화산처럼 터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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