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안쓰러울 지경이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진 한화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31)의 시련이 길어지고 있다. 부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과로 나오지 않는다. 2군에 내려가는 것 빼고는 해볼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하고 있지만 답이 없다.
오그레디는 지난 20일 대전 두산전을 5시간 넘게 남겨둔 오후 낮부터 1등 출근한 뒤 홀로 배팅 훈련을 시작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오그레디는 최근 원정에서도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 배팅 연습을 하고 있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거의 매일 ‘특타’를 한다.
그러나 결과는 안타까울 정도로 처참하다. 개막 15경기에서 타율 1할3푼6리(59타수 8안타) 무홈런 8타점 4볼넷 28삼진 출루율 .188 장타율 .169 OPS .357.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67명 중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모두 가장 낮은 꼴찌다.
1위인 부분도 있다. 64타석에서 삼진 28개로 이 부문 전체 1위. 헛스윙 비율도 19.9%로 가장 높다. 거포에게 삼진과 헛스윙은 세금과 같지만 오그레디는 장기인 홈런이 아직 하나도 없다.
지난 15일 수원 KT전에서 2타점 2루타 포함 볼넷 2개를 더해 3출루로 반등 실마리를 찾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후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 10삼진으로 또 막히고 있다. 19일 두산전에서 얻어낸 밀어내기 볼넷이 유일한 출루.
이런 오그레디를 바라보는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안타까운 마음이다. 하루 휴식을 주고, 타순을 6~7번으로 내리기도 했지만 응답이 없다. 수베로 감독은 20일 경기 전 오그레디에 대해 “타격이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시도를 해보고 있지만 잘 맞은 타자들이 상대 수비에 걸리면서 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도 오그레디와 면담을 통해 멘탈도 어루만지고, 새로운 타격 훈련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듭된 부진에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다. 수베로 감독은 “얼굴에 부담감이 느껴진다. 야구는 부담과 압박의 스포츠다. 선수 본인의 마음이 오죽하겠냐 싶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베테랑 선수이고, 다양한 리그를 경험했기 때문에 부담을 내려놓고 타격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나 이날도 오그레디는 웃지 못했다. 2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5회 두산 투수 라울 알칸타라의 2구째 몸쪽 높은 공에 크게 헛스윙한 뒤 허리 뒤쪽에 타이트함을 느꼈다. 잠시 허리를 숙인 채 이상 증세를 보인 오그레디는 다시 타석에 들어섰지만 다음 공에 배트가 헛돌아 삼진을 당했다. 덕아웃에서 수베로 감독과 대화를 나눈 오그레디는 보호 차원에서 6회 문현빈으로 교체됐다.
이렇게 안 좋을 때는 차라리 한 번 쉬어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한화 팀 타선 사정상 외국인 타자가 해줘야 할 몫이 크지만 지금 오그레디의 상태로는 마이너스만 될 뿐이다. 수베로 감독은 “2군에서 조정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