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유니폼에는 핏자국이 흥건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의 증거였다.
LG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이 자신의 말대로 '외국인 잔혹사'를 끊기 위해 공수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우승 청부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LG 경기가 끝나고, 오스틴의 유니폼 바지에는 핏자국이 확연했다. 오른 팔꿈치 부위에 피부가 찰과상을 입었고 상처에서 나온 피를 닦은 흔적이었다.
이날 오스틴은 4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3안타 1볼넷 100% 출루하며,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1회 2사 2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때렸고, 3회 2사 후 3루수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2사 후 출루로 상대 선발 페디를 괴롭혔고, 김민성의 적시타로 득점을 올렸다. 핏자국의 상처는 5회였다.
오스틴든 5회 2아웃 이후에 좌전 안타로 출루해 문보경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포수의 송구가 외야로 빠지자, 헬멧이 벗겨진 채 지체없이 3루까지 내달렸다. 상처는 2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오른 팔꿈치가 흙에 마찰되면서 생겼다. 이후 3루에 도착한 오스틴은 상처 부위를 쳐다봤다.
경기 후 인터뷰를 앞서 상처와 핏자국을 가리키자, 오스틴은 '별거 아니다'라는 쿨한 반응을 보였다.
오스틴은 스프링캠프에서 인터뷰 당시 자신의 장점으로 공격과 수비, 주루에서 다재다능을 언급하며 "승부욕이 강하다. 1루에서 안타가 나오면 어떻게든 홈까지 들어오려는 공격적인 주루를 보여주려고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팀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 의지가 강했다.
LG는 2021~2022년 2년 연속 외국인 타자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2020년 LG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38개)을 세웠던 로베르토 라모스가 2021시즌 도중 타율 2할4푼3리로 부진하다 허리 부상으로 교체됐고, 대체 선수 저스틴 보어(타율 .170)도 부진했다. 지난해는 리오 루이즈(타율 .155)와 로벨로 가르시아(타율 .206)가 연이어 적응에 실패했다.
오스틴은 LG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잘 알고 있다. LG와 계약한 이후 팬들로부터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으며 응원과 함께 과거사를 알게 됐다. 오스틴은 자신이 "외국인 잔혹사를 깨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오스틴은 18일 NC전에서 KBO리그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다. 의미있는 홈런이었다. 이전까지 왼손 투수 상대로 8타수 무안타였는데, NC 좌완 임정호의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오스틴은 19일까지 16경기에서 타율 3할7푼5리(56타수 21안타) 1홈런 10타점 11득점 OPS .931을 기록하고 있다. 타격 공동 6위, 타점은 공동 8위다. 순조롭게 KBO리그에 적응 중이다.
염경엽 감독은 오스틴을 향해 "타율 2할7푼~2할8푼대, 20홈런 정도만 해도 괜찮다"고 했다. 우익수 수비가 가장 자신있다고 한 오스틴은 이재원의 부상으로 1루수로 출장하고 있다. 염 감독은 "1루 수비를 기대 이상으로 잘한다"며 이재원이 부상에서 복귀하더라도 오스틴을 주전 1루수로 기용할 뜻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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