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균자책점(2.11) 및 탈삼진(224) 1위 및 다승 2위(15)를 차지한 골든글러브 수상자와 지난해까지 1군 통산 5경기에 등판한 게 전부인 투수가 나란히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누가 봐도 기운 운동장에서 벌이는 뻔한 승부처럼 보였다. 1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키움과 삼성이 시즌 2차전을 벌였다.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 삼성은 3년 차 우완 이재희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안우진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예상밖의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3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0.47로 순항했던 에이스 안우진은 6이닝 5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159km의 빠른 공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마운드에 선 이재희도 씩씩하게 잘 던졌다. 4회까지 2피안타(1피홈런) 4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4회 김휘집에게 투런 아치를 허용한 걸 제외하면 합격점을 받을 만한 투구였다. 총 투구 수 78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40개. 최고 구속 145km까지 나왔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발 투수로서 5이닝 정도는 책임져야 한다. 첫 등판이라 부담될 텐데 1,2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포인트"라며 "야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박진만 감독의 예상대로 전개된 셈.
삼성은 키움과 연장 12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9-5로 승리했다. 5-5로 맞선 연장 12회 빅이닝을 완성하며 귀중한 승리를 가져왔다. 16일 대구 롯데전 이후 3연승. 11회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꽁꽁 묶은 좌완 이상민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총평을 통해 선발 이재희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그는 "먼저 상대팀 1선발과의 대결에서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자기 공을 던진 이재희 선수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비록 후반 역전을 당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원정에서 연장전 승리를 만든 야수들의 집중력도 좋았다"면서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악착같은 모습이 현재 우리 팀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재희는 경기 후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 TV'를 통해 "팀이 이겨서 좋다. 시즌 첫 등판이었는데 조금 떨렸고 상대 선발이 에이스 안우진 선배라고 해서 형들도 부담없이 하라고 이야기해주셨다"고 말했다.
또 "좋게 가다가 볼넷을 허용한 점과 4회 홈런을 내준 게 아쉽다"면서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서 던져 감회가 새롭고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경기 초반 구위를 계속 유지하면서 선발 5이닝을 소화해 선발승을 거두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