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플라이 하나로 주자 2명이 홈에 들어왔다. KBO리그 역대 8번째 진기록을 한화가 해냈다.
한화는 지난 19일 대전 두산전에서 접전 끝에 7-6 승리를 거뒀다. 8회말 1사 만루에서 나온 노수광의 중견수 희생플라이가 결승타였다. 그런데 일반적인 희생플라이가 아니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2타점짜리 희생플라이였다.
상황은 이랬다. 5-5 동점으로 맞선 8회말 1사 후 한화는 최재훈에 이어 유상빈이 볼넷을 골라냈다. 대타로 나온 신인 문현빈이 9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면서 이어진 1사 만루 찬스. 여기서 또 대타로 나온 노수광이 좌중간으로 타구를 보냈는데 두산 중견수 정수빈과 좌익수 송승환이 나란히 타구를 쫓다 부딪칠 뻔했다. 서로 피하는 과정에서 행운의 안타가 될 것 같았지만 정수빈의 집중력과 감각이 대단했다. 글러브 끝으로 타구를 건져낸 것이다.
그런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정수빈의 캐치 후 3루 주자 박상언이 여유 있게 홈에 들어온 뒤 2루 주자 유상빈이 멈추지 않고 3루를 지나 홈으로 쇄도한 것이다. 어렵게 캐치 후 무게 중심이 뒤로 넘어간 정수빈의 송구는 역동작이 걸렸고, 그 틈을 한화 2루 주자 유상빈과 데럴 케네디 3루 베이스코치가 놓치지 않았다.
정수빈이 뒤돌아 앉은 채 유격수 이유찬에게 공을 넘겼고, 커트맨으로 나선 1루수 양석환이 중계 플레이에 나섰다. 하지만 양석환이 송구도 하기 전에 이미 유상빈이 홈을 쓸고 지나가면서 2타점 희생플라이 기록이 나왔다. 두산에서 3루 주자 박상언과 2루 주자 유상빈의 리터치 관련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원심 그대로 정상으로 인정돼 2득점이 확정됐다.
경기 후 유상빈은 “2루에서 타구를 보며 하프웨이를 하지 않고 베이스 쪽에 붙어있었다. 외야 포구 자세가 (후속 플레이를 하기에) 애매했고, 타구가 잡히면 무조건 홈까지 전력 질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3루로 뛰는데 케네디 코치님도 팔을 돌리고 계셔서 걱정하지 않고 홈까지 뛰었다”고 밝혔다.
유상빈 스스로 이미 2루에서 홈까지 투베이스를 노렸고, 망설임 없이 팔을 돌린 케네디 코치가 그 판단에 확신을 더해줬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노수광의 희생플라이 상황에서 케네디 코치의 빠른 판단으로 추가점을 낼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한화 불펜이 9회초 1실점을 하면서 유상빈의 득점은 한화 승리에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유상빈의 빠른 발과 야구 센스, 케네디 코치의 판단력이 어우러진 고급 야구였다.
한편 이날 노수광의 희생플라이 2타점은 KBO리그 역대 통산 8번째 진기록. 종전 기록도 한화가 갖고 있는데 지난 2019년 9월26이 창원 NC전에서 나왔다. 당시 2-1로 앞선 8회초 무사 만루에서 송광민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NC 제이크 스몰린스키가 타구를 잡은 뒤 펜스와 충돌하면서 넘어진 사이 3루 주자 장진혁에 이어 2루 주자 정은원까지 태그를 피한 슬라이딩으로 홈에 들어와 2타점 희생플라이를 합작한 바 있다.
최초 기록은 지난 1990년 7월21일 해태 정회열이 광주 무등 삼성전(7회)에 달성했다. 이어 같은 해 7월28일 삼성 최해명이 사직 롯데전(9회), 1994년 4월30일 태평양 임성주가 인천 롯데전(1회), 1998년 5월31일 한화 이영우가 사직 롯데전(7회), 2005년 6월24일 삼성 조동찬이 문학 SK전(10회), 2007년 7월14일 KIA 최희섭이 잠실 LG전(1회)에 기록한 바 있다. 역대 8번의 2타점 희생플라이 중 3번을 한화가 기록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