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2명, 필승조 2명, 중견수, 3루수, 타격 1위 외국인타자가 모두 빠졌는데 시즌 첫 3연승을 달리며 3위까지 올라섰다. 그야말로 마법의 잇몸야구다.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의 초반 화두는 부상자 속출이다. 10개 구단 모두 핵심 전력이 하나둘씩 부상 이탈하며 4월부터 어쩔 수 없이 플랜B를 가동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KT 위즈는 주전 6명이 대거 부상으로 빠지는 초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필승조 김민수가 어깨, 주권이 전완근을 다쳐 재활에 돌입한 데 이어 시범경기 도중 중견수 배정대가 SSG 이건욱의 투구에 손등 골절상을 당해 깁스만 5~6주를 하는 장기 재활 소견을 받았다.
개막 후에도 부상 악재는 계속됐다. 토종 에이스 소형준이 2일 수원 LG전 9실점 이후 전완근을 다쳤고, 4일 수원 KIA전 선발로 나선 엄상백이 투구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이탈했다. 여기에 3루수 황재균마저 14일 수원 한화전에서 자신이 친 타구에 발등을 맞고 이튿날 말소되며 부상병동 인원이 6명으로 늘었다. 쓸데없이 선발, 필승조, 야수에 골고루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연히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필승조 붕괴와 타선 침묵이 동시에 찾아온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3연패를 당하며 3승 4패 5위가 됐다. 이후 13일 창원 NC전에서 조이현을 필두로 한 불펜데이가 성공을 거두며 연패를 끊었지만 14일 수원 한화전 무승부에 이어 15일 소형준의 대체선발 배제성의 부진 속 2-7로 패하며 다시 4승 1무 5패로 5할 승률이 깨졌다.
모두가 위기라고 생각한 순간 KT는 반전의 마법을 부렸다. 16일 수원 한화전 14-2 대승으로 분위기를 바꾼 뒤 18일과 19일 홈에서 디펜딩챔피언 SSG에 연달아 승리를 거두며 3연승과 함께 단독 3위(7승 1무 5패)로 올라선 것이다. 19일 경기는 엄상백이 부상에서 돌아와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지만 타격 1위를 질주 중인 외국인타자 앤서니 알포드가 종아리 통증으로 결장한 가운데 거둔 승리이기도 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야구를 하면 된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니 KT의 잇몸은 상당히 단단했다. 앞서 언급한 조이현을 시작으로 김영현, 손동현이 주권, 김민수의 빈자리를 메웠고, 타선에서는 김민혁이 타율 3할6푼2리, 신본기가 타율 4할로 배정대, 황재균의 흔적을 지웠다. 여기에 문상철, 홍현빈, 신인 정준영과 류현인 등이 고비마다 등장해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잇몸야구에 힘을 보탰다. 이강철 감독은 “수비를 위해 올린 선수가 공격까지 잘해주고 있다”라고 흡족해했다.
잇몸야구로도 시즌 첫 3연승과 함께 3위로 올라선 KT. 잇몸에 이가 다 채워지면 얼마나 더 무서워지는 것일까. 이가 채워진 잇몸은 다음 달이 되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김민수가 70% 몸 상태를 회복했고, 주권은 가까운 거리에서 캐치볼을 시작했다. 또한 2군에서 전용주, 이정현, 김정운, 조현우 등 수많은 투수들이 4월 말 콜업을 준비 중이며, 유격수 장준원도 5월 복귀를 목표로 재활 중이다. 황재균도 다행히 재검진 결과 뼈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부상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돌아올 자원도 많다는 뜻이다. 주전 6명 없이도 3연승을 해낸 KT가 더 높은 곳으로의 비상을 꿈꿀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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