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에이스의 숙명인가 보다. 한화에서 ‘소년 가장’ 시절을 보낸 류현진(36·토론토)처럼 문동주(20)에게도 승운이 쉽게 따르지 않는다.
문동주는 지난 18일 대전 두산전 선발로 나서 5⅔이닝 2피안타 4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했다. 트랙맨 기준으로 최고 159km, 평균 153km 직구(57개) 중심으로 슬라이더(20개), 커브(14개), 체인지업(7개)을 섞어 던졌다. 볼넷 4개가 있었지만 연속으로 허용한 게 없었다. 강력한 직구뿐만 아니라 우타자 상대로 바깥쪽 슬라이더, 좌타자 상대로는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주무기 커브 못지않게 또 다른 결정구들도 적극 활용했다.
이렇게 눈부신 투구를 했지만 문동주는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화 타선이 두산 선발 최원준에게 6회까지 노히터로 꽁꽁 묶이면서 1점도 지원하지 못한 것이다. 문동주가 내려간 뒤에도 타선이 터지지 않은 한화는 산발 2안타로 봉쇄당하며 두산에 0-2로 패했다.
앞서 KBO리그 한국인 투수 최초로 160km를 던진 12일 광주 KIA전에도 문동주는 6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를 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도 한화 타선이 KIA 선발 숀 앤더슨에게 막히며 0-2로 졌고,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한 문동주는 패전을 떠안았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6일 대구 삼성전에는 5이닝 1피안타 1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와 함께 5득점 지원을 받으며 첫 승을 올렸지만 이후 2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타선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해 9월21일 대전 롯데전과 대전 LG전에도 2경기 연속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이 무득점으로 침묵하는 바람에 모두 패전을 당했다. 데뷔 후 선발 7경기 중 무득점 지원이 4경기나 된다.
한화 시절 류현진을 떠올리게 하는 불운이다. 전력이 크게 약화된 한화 암흑기 초입부터 류현진은 팀의 몇 안 되는 희망이자 위안, 자랑거리였다. ‘소년 가장’으로 불리던 류현진은 승운도 박복했다. 특히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에는 182⅔이닝 평균자책점 2.66, 퀄리티 스타트 22번에도 불구하고 9승9패로 10승에 실패했다. 당시 무득점 4경기, 1득점 7경기로 타선의 득점 지원이 미비했다. 그해 한화는 시즌 개막부터 끝날 때까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한 독보적 꼴찌였다.
11년 전 류현진처럼 문동주에게도 고독한 에이스의 모습이 보인다. FA 영입한 채은성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18일까지 한화 타선은 팀 타율 10위(.229), 출루율 9위(.322), 장타율 9위(.312), OPS 9위(.634)로 하위권이다. 득점권 타율(.194)이 10개팀 중 유일하게 2할을 넘지 못할 정도로 결정력이 떨어진다. 채은성과 노시환을 제외한 타자들이 집단 부진에 빠져있다.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부진이 가장 뼈아프다. 지난 16일 수원 KT전부터 18일 두산전까지 최근 6연타석 삼진을 기록 중인 오그레디는 시즌 13경기 타율 1할4푼8리(54타수 8안타) 무홈런 7타점 3볼넷 25삼진 OPS .375로 바닥을 치고 있다. 오그레디가 살아나지 못하면 타선 침체가 오래 갈 수 있다. 타선에 뚜렷한 반등이 없다면 문동주가 짊어져야 할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문동주는 19일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컨디션 관리 차원의 말소로 부상은 아니다. 1군 선수단과도 계속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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