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트로피 진열대에 올 시즌 사이영상 트로피를 추가할 수 있을까.
오타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투타 겸업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우승과 함께 MVP를 수상한 기세를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에도 이어가고 있다.
오타니는 18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타자로는 15경기에서 타율 2할9푼8리 3홈런 9타점 OPS .876을 기록 중이다. 투수 성적이 뛰어나다. 4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86을 기록하고 있다.
18일 보스턴전이 아쉬웠다. 선발투수 겸 지명타자로 출장한 오타니는 이날 날씨 때문에 2이닝(1실점)만 던지고 교체됐다. (타자로는 경기 끝까지 뛰었다)
5-1로 앞선 3회초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고, 1시간 25분이나 기다렸다가 재개됐다. 어깨가 식은 오타니는 아쉽게도 마운드에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오타니는 이전까지 3경기 연속 QS 피칭을 기록했다. 19이닝을 던져 단 1실점을 허용했고, 볼넷이 12개로 많지만 6피안타 24탈삼진 WHIP 0.95다. 지난해 4월에 4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19와 비교하면 시즌 초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보스턴전에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6~7이닝은 충분히 던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타니는 2021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타자로서 활약에 비해 투수로는 23경기(130.1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해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한 표도 받지 못했다.
2022년은 아메리칸리그 MVP 2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4위였다. 투수로 28경기(166이닝)에서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예상하면서, 미국의 한 베팅사이트는 게릿 콜(뉴욕 양키스) +600, 딜런 시스(시카고 화이트삭스) +700, 제이콥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 +800, 오타니는 +1000의 배당을 제시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양키스와 9년 3억 2400만 달러(약 4277억원) 계약을 맺은 콜, 지난 겨울 텍사스와 5년 1억 8500만 달러(2422억원)에 계약한 디그롬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일 것이다.
베팅사이트마다 콜의 배당이 가장 낮다.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콜은 4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95를 기록 중이다. 28⅓이닝을 던져 3실점, 32탈삼진(리그 2위), WHIP 0.74를 기록하고 있다.
콜은 지난 17일 미네소타전에서 최고 159km, 평균 156km의 강속구를 던지며 9이닝 동안 단 2안타만 맞고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매년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는 콜은 아직 사이영상을 수상한 적이 없다.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나 사이영상 2위가 최고 성적이다.
디그롬은 18일 캔자스시티전에 선발 등판했는데, 4이닝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최고 구속 100마일(160.9km)를 던진 디그롬은 4회까지 노히터로 호투했지만, 오른 손목에 통증을 느껴 부상 예방 차원에서 자진 강판했다.
디그롬은 4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42 탈삼진 32개(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필라델피아 상대로 개막전에서 3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지난 6일 볼티모어전 6이닝 2피안타 11탈삼진 2실점(1자책), 지난 12일 캔자스시티전 7이닝 7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제 페이스를 찾았다. 손목 부상이 변수다.
시스는 4경기(22⅓이닝)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01 탈삼진 29개(리그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은 투수들도 많다.
시즌에 앞서 마이애미에서 미네소타로 트레이드된 파블로 로페즈는 4경기(26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1.73 탈삼진 33개(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루이스 카스티요(시애틀)는 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3 탈삼진 26개, 쉐인 맥클라나한(탬파베이)은 4경기 4승 평균자책점 1.57 탈삼진 27개를 기록하고 있다.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는 투수에만 전념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력적인 문제, 등판 간격 등에서 불리한 여건이다. 과연 올해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은 얼마나 높을까.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