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들에게 주는 메시지였다.”
이승엽(47) 두산 감독은 지난 16일 잠실 LG전에서 ‘버럭’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두산이 5-4로 역전한 8회 2사 2루에서 이유찬이 정우영의 4구째 공에 왼쪽 팔꿈치를 맞은 순간 3루 덕아웃에서 “마!”라고 소리치는 이승엽 감독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덕아웃에 울려퍼진 이 감독의 사자후에 두산 선수들도 놀랐다.
현역 시절부터 이 감독은 감정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했다. 그 많은 홈런을 쳤지만 무덤덤하게 그라운드를 도는 게 트레이드마크였던 이 감독이라 이 모습이 더욱 낯설게 보였다.
몸에 맞는 볼을 던진 LG 투수 정우영을 향한 고함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이 1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고함은 정우영이 아니라 두산 선수들을 향한 것이었다.
이 감독은 “여기서(덕아웃) 내가 소리를 지르면 우리 선수들이 놀라지, 상대 선수는 (들리지 않아) 놀라지 않는다”며 웃은 뒤 “1점차로 역전했지만 전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 선수들에게 ‘아직 마음 놓을 때가 아니다.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간접적인 메시지를 준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고함 이후 정수빈의 중견수 키 넘어가는 2타점 3루타가 터진 두산은 8회에만 6득점 빅이닝으로 10-5 역전승을 거뒀다. ‘잠실 라이벌’ LG와의 시즌 첫 시리즈부터 스윕을 당할 뻔 했지만 마지막 경기를 잡고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이 감독은 1-1 동점으로 맞선 6회부터 불펜 에이스 정철원을 마운드에 올리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감독은 “정철원을 6회에 올린 것은 그 게임을 놓칠 수 없다는 뜻이었다. 3연패를 하고 있었고, LG에 스윕을 당하면 안 좋은 영향이 오늘까지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철원이 홈런을 맞았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승리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LG전 역전승의 기세는 18일 한화전에도 이어졌다. 최고 159km를 던진 한화 파이어볼러 문동주에게 고전했지만 두산 선발 최원준이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6회까지 노히터로 막는 등 7이닝 1피안타 2볼넷 1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더 잘 던졌다. 9회 2사 만루 찬스에서 베테랑 김재호의 결승타가 나온 두산은 2-0으로 승리, 3연패 이후 2연승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