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29)에게 여러모로 안 풀린 날이었다.
오타니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2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승패 없이 투구수 31개에 내려갔다.
비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는 비로 인해 당초 예정된 오전 11시10분보다 56분 늦은 오후 12시6분에 시작했다. 경기에 들어간 뒤에도 비는 오락가락했다. 에인절스가 5-1로 앞선 3회초 2사 1,2루에서 경기가 멈췄다. 1시간25분이나 경기가 중단되는 바람에 어깨가 식은 오타니는 3회말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1회 1점을 내준 오타니는 같은 일본인 선수 요시다 마사타카를 98.4마일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2회를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았다. 타선의 넉넉한 득점 지원 속에 에인절스가 5-1로 앞서던 상황이라 오타니로선 더욱 아쉬운 비였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타니는 경기 후 “내가 어떻게 통제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며 “처음에는 다시 마운드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오래 중단될 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오타니는 “비가 오락가락한 것보다 경기 시작 시간이 너무 빨랐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태로 경기하는 느낌이었다”며 비보다 이른 경기 개시 시간을 언급했다.
이날은 애국자의 날로 보스턴에서 매년 4월 개최되는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보스턴 마라톤이 열릴 때마다 레드삭스 경기는 현지 시간으로 오전 11시10분에 시작하는 전통이 있다. 서부 시간으로는 오전 8시10분인데 이 시간에 익숙한 오타니나 에인절스 선수들로선 쉽지 않은 경기였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이날 5-4로 승리, 최근 3연패를 끊고 시즌 8승8패로 5할 승률을 맞췄다. 마운드에선 일찍 내려갔지만 2번 지명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타석에서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멀티히트를 쳤다. 시즌 타율은 2할9푼8리(57타수 17안타)로 올랐다.
이른 경기 시간과 비뿐만 아니라 포수 로건 오하피의 피치컴이 고장나는 등 변수가 끊이지 않은 경기였지만 오타니는 “좋은 경험이 됐다. 이런 불규칙한 경기를 경험하면서 다음에 혹시 있을지 모를 상황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