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등한시하더니…경기당 실책 1.9개, 4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4.18 11: 15

실책이 많아도 너무 많다. 어느 한 팀의 문제가 아니라 리그 전반적인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7일까지 KBO리그 총 63경기에서 실책은 120개나 쏟아졌다. 경기당 평균 1.9개. 이 수치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냐면 지금으로부터 4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KBO리그 경기당 실책이 1.9개가 넘는 건 지난 1982~1983년 초창기 이후 40년 만이다. 1982년 2.5개, 1983년 2.15개의 경기당 실책이 나왔다. 그 당시에는 프로 출범 초창기로 선수들의 기량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환경도 좋지 않은 시절이었다. 

롯데 한동희가 1회말 2사 2루 삼성 강민호의 타구를 놓치고 있다. 2023.04.15 / foto0307@osen.co.kr

1984년 1.7개로 떨어진 KBO리그 경기당 평균 실책은 1990년대 1.5개대로 줄었다. 2002년부터는 1.5개 미만으로 경기당 실책이 꾸준히 줄었다. 안정된 수비력은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였다. 2012년에는 역대 한 시즌 최소 실책(1.17개)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지속적인 실책 증가폭을 보였다. 2020년 1.33개, 2021년 1.44개에 이어 지난해에는 1.57개로 2000년대 최다 실책 시즌을 보냈다. 특히 포스트시즌 16경기에서 실책 34개로 경기당 2.13개가 쏟아지기도 했다. 
개막전부터 5경기에서 14실책으로 스타트를 끊은 올해도 이런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시즌 전체 일정의 8.8%밖에 소화하지 않은 초반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눈에 띄는 실책이 많다. 공동 2위로 선전 중인 NC가 14경기 18실책으로 가장 많고, LG 2루수 서건창은 13경기 만에 벌써 5실책을 범했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더하면 전체적인 수비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다. 실책 없는 경기를 보기 힘들다. 무실책 경기가 11경기로 17.5%밖에 되지 않는다. 타격은 7번 실패해도 괜찮지만 수비는 1번 실패해도 치명적이다. 예상치 못한 실책 하나로 인해 경기 흐름도 휙휙 바뀐다.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로 경기 보는 재미가 있을지 몰라도 수준 저하라는 현실은 쉽게 외면하기 어렵다. 
8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 두산 송승환의 내야 땅볼 때 LG 유격수 김민성이 타구를 놓치고 있다. 2023.04.16 / dreamer@osen.co.kr
올 시즌 같은 경우 어느 때보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초반에 몰린 영향도 없지 않다. LG 오지환, KIA 김도영, KT 배정대, 삼성 김현준 등이 부상으로 결장 중인 영향도 간과할 수 없지만 수비를 등한시해온 한국 야구의 구조와 풍토가 쌓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투수들의 구속은 나날이 증가하고, 그에 맞춰 타격 기술도 발달하는데 수비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현장 지도자들은 기본기 부족을 말한다. 프로에 처음 들어온 신인들을 받으면 수비 기본기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추어에선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으로 훈련 시간이 부족한데 그 시간마저 타격에 집중하다 보니 수비 연습할 시간이 극히 부족하다고 항변한다.
2회초 1사 1,2루 NC 박석민의 내야안타 최주환 2루수의 송구실책때 전의산 1루수가 공을 놓치고 있다 2023.04.16 / soul1014@osen.co.kr
이런 분위기는 프로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수는 타격을 잘해야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 말로는 수비를 말해도 결국 방망이에 조금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 수비력 향상을 위해 KBO는 올해부터 각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수비상(가칭)을 리그 차원에서 신설했다. 그러나 지금 모습을 봐선 수비상을 받을 만한 선수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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