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방출→입단테스트→믿을맨…28세 늦깎이 투수 “KT에 와서 행복해요” [오!쎈 인터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4.18 05: 40

2014년 프로 지명 후 개명, 방출, 부상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조이현(28·KT)이 KT 위즈에서 방출 선수 성공 신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이현이 KT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건 지난 13일 창원 NC전. 당시 불펜데이의 오프너로 출격해 4⅓이닝 4피안타 1사구 6탈삼진 1실점 깜짝 호투를 펼치며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SSG 시절이었던 2021년 10월 17일 사직 롯데전 이후 543일만의 선발 등판이었고, 상대 선발마저 리그 최고 외인투수 에릭 페디였지만 느림의 미학을 선보이며 난세영웅이 됐다. KT 이강철 감독도 “이렇게 잘 던질 줄 몰랐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조이현은 “감독님께서 빠르고 공격적인 승부를 주문하셔서 그 부분에 신경을 썼다”라며 “팀이 연패 중이었지만 부담은 없었다. 최대한 깔끔하게 던져서 다음 투수한테 좋게 넘겨주고 싶었다. 또 오랜만의 선발 등판이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열심히 던지려고 했다. 물론 주자 있는 상태에서 내려왔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경기였다. 손동현이 잘 막아줬다”라고 13일 경기를 되돌아봤다.

KT 조이현 / backlight@osen.co.kr

조이현은 당시 3-1로 앞선 5회말 1사 1루서 손동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투구수는 68개. 아웃카운트 2개만 더 잡으면 2021년 이후 2년만의 승리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 욕심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팀 승리가 더 중요했다. 다음 투수가 나와서 막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조이현은 원래 제주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타자 유망주였다. 이후 2014 한화 2차 5라운드 47순위로 뽑혀 투수로 전향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첫 두 시즌 동안 1군 7경기가 전부였고, 2015년 12월 한화와 FA 계약한 정우람 보상선수로 팀까지 옮겨야 했다. 이후 상무로 향해 퓨처스리그서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역 후 부진 및 팔꿈치 부상을 겪으며 웨이버 공시됐다. 개명(조영우→조이현) 또한 큰 효과를 못지 못했던 터.
KT 조이현 / OSEN DB
경력 단절 위기에 처한 조이현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구단은 KT였다. 방출 이후 전 동료 정영일이 운영하는 레슨장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던 조이현은 작년 11월 익산으로 향해 이강철 감독이 보는 입단 테스트를 봤다. 결과는 합격. 미국 스프링캠프를 착실히 소화한 그는 개막 엔트리 승선과 함께 1~2일 수원 LG 개막 2연전에 출격해 존재감을 뽐냈고, 열흘의 휴식 후 난세 영웅으로 등극했다.
조이현은 “작년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작년에는 부상을 당해 2군 성적마저 좋지 못했다. 흘러가는 대로 의욕 없이 살았다. ‘오늘은 또 어떻게 하루를 보내지?’, ‘오늘은 또 어떻게 버티다가 퇴근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라며 “그런데 KT에 오게 돼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감독님, 김태한, 제춘모 코치님, 운영팀장님께서 기회를 주신 것이다. 앞으로 더 좋아지고 싶다”라고 현역 연장의 기쁨을 표현했다. 
조이현은 13일 경기로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사령탑은 향후 롱릴리프, 대체선발, 필승조 등 조이현을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이현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계속 1군에서 야구하는 게 목표다. 주권, 김민수 등 재활하는 투수들이 많아서 그들이 돌아오면 2군에 가기도 하겠지만 어떤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게 안 아프고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고 싶다”라고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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