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초반 KBO리그 최고의 출루 듀오는 LG 외야수 홍창기와 문성주다. 시즌 4번째 경기부터 LG의 1~2번 테이블세터를 이룬 두 선수는 각각 출루율 4할7푼5리, 4할5푼9리로 리그 3~4위에 랭크돼 있다. 도루도 각각 5개, 3개를 기록하며 LG의 새로워진 발야구를 이끌고 있다.
한화에도 이들 못지않은 특급 출루 듀오가 뜨고 있다. 외야수 노수광(33)과 이원석(24)이다. 노수광은 무려 5할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고, 이원석도 4할7푼1리에 달한다. 규정타석에 노수광이 6타석, 이원석이 3타석 모자란데 30타석 이상 기준으로 확대하면 리그 전체 공동 1위, 6위에 해당하는 호성적이다.
두 선수 성적이 거의 흡사하다. 노수광은 타율 2할8푼6리(21타수 6안타), 이원석은 타율 2할8푼(25타수 7안타)을 기록하면서 나란히 9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그동안 좌우 투수 유형에 따라 두 선수가 플래툰으로 기용됐는데 지난 15일 수원 KT전에는 나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동시 활약했다.
1번타자 좌익수 노수광이 3타수 2안타 2볼넷으로 무려 4출루 경기를 펼쳤고, 9번타자 중견수 이원석도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9번 이원석, 1번 노수광으로 연결되면서 상위 타선에 계속 찬스가 마련됐다. 3~5번 노시환, 채은성,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나란히 2타점씩 올리며 한화가 7-2 승리를 거뒀다. 시즌 첫 2연승에 성공한 한화는 8위로 점프,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출루만 잘하는 게 아니다. 노수광과 이원석 모두 팀 내 손꼽히는 준족들로 단독 도루 능력이 있다. 이날도 4회 노수광에 이어 6회 이원석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원석이 4개, 노수광이 2개의 도루로 누상을 휘젓고 있다.
발 빠른 두 선수가 1루에 자주 나가면서 부임 첫 해부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줄곧 강조해온 스피드 야구가 실현되기 시작했다. 올해 한화의 팀 도루는 12개로 LG(26개)에 이어 2위. 도루 성공률도 키움(88.9%)에 이어 2위(85.7%)로 순도 높은 발야구를 펼치고 있다. 노수광과 이원석의 출루 능력 향상이 크다.
SK(현 SSG) 시절 3할 외야수로 활약한 베테랑 노수광은 지난 2020년 6월 트레이드로 한화에 복귀한 뒤 주춤했다. 지난해에는 개인 최다 107삼진을 당하며 출루율이 2할9푼9리까지 떨어졌다. 이에 시즌 후 타격폼 수정으로 승부를 봤다. 준비 동작에서 곧추 세웠던 방망이를 어깨에 눕힌 채 자세를 잔뜩 낮췄다. 노수광은 “공을 더 잘 보기 위해 폼을 바꿨다. 지난 몇 년간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끈질긴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는데 시범경기부터 시즌 개막 후에도 계속 좋은 흐름이다.
수베로 감독에게 “중견수로서 재능은 우리 팀에서 가장 좋다”는 평가를 들은 신예 이원석도 1군 4번째 시즌에 잠재력이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겨울 호주프로야구 질롱 코리아에도 다녀온 이원석은 이병규 감독(현 삼성 수석코치)으로부터 “너한테 맞는 스타일로 밀고 가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마른 체구에 비해 펀치력이 있는 이원석은 “작년 시범경기 때 홈런 2개를 친 것이 독이 됐다. 나도 모르게 스윙이 커졌다”고 돌아보며 “올해는 내 장점인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스윙에 힘을 빼고 컨택에 집중한 결과가 빠르게 나오고 있다.
한화는 지난 몇 년간 외야수들의 집단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채은성을 영입한 뒤 노수광이 부활하고, 이원석이 성장하면서 외야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두 선수 기세가 올 시즌 내내 이어진다면 스피드가 더해진 한화 야구도 볼맛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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