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와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필승조 2명이 한꺼번에 부상 이탈한 KT 마운드가 시즌 초반부터 고난의 행군을 걷고 있다.
투수왕국 KT는 시즌 초반 무려 투수 4명이 부상 이탈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선발 2명, 불펜 2명으로 비율까지 쓸데없이 이상적이다. 시범경기에 앞서 필승조 핵심 요원인 주권이 우측 전완근 손상, 김민수가 우측 어깨 극상근건 손상으로 2개월 휴식 소견을 받았고, 개막 후 선발 로테이션의 축인 소형준이 우측 전완근 염좌, 엄상백이 팔꿈치 통증으로 나란히 상태를 회복 중이다.
선발은 비교적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엄상백에 밀렸던 KT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 배제성이 선발로 돌아와 로테이션을 착실히 소화 중이고, 불펜데이로 운영된 13일 창원 NC전에서 오프너로 나선 ‘방출 이적생’ 조이현이 4⅓이닝 1실점 깜짝 호투로 난세 영웅이 됐다. 엄상백이 다음 주 복귀를 앞두고 있어 당분간 웨스 벤자민, 배제성, 보 슐서, 고영표, 엄상백으로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불펜이다. 최근 몇 년간 이강철호의 믿을맨으로 활약했던 주권, 김민수의 빈자리가 너무도 커 보인다. 8회 박영현, 9회 마무리 김재윤에 앞서 6~7회를 담당할 마땅한 투수가 없다. 이에 이채호, 손동현, 김민, 김태오, 심재민, 김영현 등을 물량공세로 투입시키고 있으나 다들 뒷문 경험이 적은 터라 벤치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어떤 날은 기대 이상의 호투로 영웅이 되지만 어떤 날은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와르르 무너진다.
지난 14일 수원 한화전 역시 불안의 연속이었다. 믿었던 에이스 웨스 벤자민이 4이닝 3실점으로 무너진 게 화근이었지만 불펜 또한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탔다. 3-1로 앞선 5회 무사 만루서 등판한 이채호가 밀어내기 볼넷을 헌납한 뒤 교체됐고, 중고신인 김영현이 1⅔이닝 1실점으로 선방했지만 심재민이 0이닝 1실점, 김민이 ⅔이닝 2실점(1자책)으로 동반 부진했다. 7회 믿었던 박영현마저 대타로 나선 신인 문현빈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
그래도 희망적인 건 4월만 버티면 5월부터는 어느 정도 투수왕국의 구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권, 김민수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만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했던 조현우, 2017 2차 1라운드 1순위의 이정현, 2019 1차 지명 전용주 등이 4월 말 1군 합류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소형준까지 복귀하면 배제성이 불펜으로 이동해 뎁스 강화와 더불어 롱릴리프, 대체선발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관건은 기존 선수들의 버티기다. 지쳐가고 있는 박영현, 김재윤이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7~9회를 버텨줘야 5월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손동현, 조이현, 김영현 등이 최근의 기세를 잇는다면 버티기는 더욱 수월해진다. 이 감독은 “4월 남은 기간 박영현, 김재윤이 버텨줘야 한다. 이들 앞에 나오는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라며 “전용주, 조현우, 이정현 등이 4월 말에 돌아오면 투수 운영에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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