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모범생으로 거듭난 포수 박세혁(33·NC)에게 또 부상 시련이 닥쳤다. 2년 전 공에 머리를 맞은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타자의 방망이에 머리를 가격당했다.
박세혁은 지난 14일 문학 SSG전에 2번타자 포수로 선발출장,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멀티 출루 활약을 했다. 수비에서도 선발투수 송명기와 호흡을 맞춰 5회까지 1실점으로 막으며 공수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6회 2사 2루에서 예기치 못한 불운이 박세혁을 덮쳤다. SSG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NC 바뀐 투수 김영규의 초구 낮은 슬라이더에 속았다. 헛스윙하면서 한손을 놓은 방망이가 큰 궤적을 그리며 박세혁의 머리를 내리쳤다.
원바운드된 공이라 박세혁이 블로킹을 위해 몸을 일으켜 세우던 중 피할 틈도 없이 방망이가 날아왔다. 머리 왼쪽 부분에 정통으로 맞은 박세혁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포수 마스크를 벗고 머리를 감싸쥐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라운드부터 관중석까지 정적에 휩싸였다. 머리에 출혈도 발생하면서 지켜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다행히 박세혁은 의식이 있었지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누운 채로 들것에 실린 박세혁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단순 타박상으로 끝나면 불행 중 다행이지만 민감한 부위인 머리 부상이라 당분간 안정을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혁은 2년 전에도 아찔한 머리 부상을 당한 바 있다. 두산 소속이었던 지난 2021년 4월16일 잠실 LG전에서 8회 상대 투수 김대유의 공에 헤드샷 사구를 당했다. 오른쪽 광대뼈를 맞고 병원에 이송된 박세혁은 안와골절로 수술까지 받았다. 두 달 가까이 공백기를 가졌고, 복귀 후 후유증을 떨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해 96경기 타율 2할1푼9리(237타수 52안타) 무홈런 30타점 OPS .556으로 1군 선수가 된 2016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그 여파인지 지난해에도 기대만큼 반등하지 못했고, FA가 되면서 정든 두산을 떠나야 했다. 양의지를 두산에 빼앗긴 NC가 새로운 안방마님으로 박세혁을 낙점, 4년 최대 46억원의 조건으로 영입했다.
계약 당시만 해도 ‘오버 페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박세혁은 빠르게 NC의 기둥으로 자리잡았다. 개막 12경기 모두 선발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키며 타율 2할6푼3리(38타수 10안타) 2홈런 6타점 OPS .754를 기록했다. 지난 7~8일 창원 키움전에서 연이틀 홈런을 가동했다. 7일에는 7회 안우진에게 결승 솔로포를 쳤고, 8일에는 1점차로 쫓기던 8회 쐐기 스리런포로 영양가 만점이었다.
수비에서도 팀 평균자책점 1위(2.51)를 이끌며 도루 저지율 3할7푼5리(5개 허용, 3개 저지)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 NC가 외국인 선수들 부상 악재에도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는 데 있어 큰 비중을 차지했다. FA 모범생으로 거듭나던 찰나에 또 머리를 다쳐 더욱 안타깝다.
지금으로선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박세혁은 지난해 9월16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8회 호세 피렐라의 방망이에 머리를 맞고 교체된 바 있다. 당시 어지럼증을 느낀 박세혁은 이튿날 문학 SSG전에 보호 차원에서 선발 제외됐지만 교체출장한 뒤 남은 시즌을 완주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