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패배까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긴 KT가 박병호의 홈런으로 기사회생한 뒤 결국 패배를 면했다.
KT 위즈는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4시간 56분 접전 끝 7-7 무승부를 거뒀다.
초반부터 KT의 승리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믿었던 에이스 웨스 벤자민이 4이닝 6피안타 2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무너지며 초반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그것도 그냥 불펜이 아닌 주권, 김민수 등 핵심 요원들이 부상 이탈한 반쪽짜리 불펜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3-1로 앞선 5회 무사 만루 위기서 등판한 이채호가 밀어내기 볼넷을 헌납한 뒤 교체됐고,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3년차 김영현이 1⅔이닝 1실점으로 선방했지만 심재민이 0이닝 1실점, 김민이 ⅔이닝 2실점(1자책)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7회 믿었던 박영현마저 대타로 나선 신인 문현빈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에이스가 조기에 교체되면서 반쪽짜리 불펜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결국 6-7로 뒤진 채 마지막 9회를 맞이한 KT. 한화 마무리 김범수를 맞아 선두 정준영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승리 가능성이 희박해졌지만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작년 홈런왕 박병호가 김범수 상대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을 쏘아올린 것. 2B-1S 유리한 카운트에서 김범수의 가운데 직구(149km)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긴 것.
KT는 박병호의 홈런에 힘입어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정규이닝 동안 힘을 소진한 탓일까. KT 타선은 10회부터 12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물러나며 침묵했다. 그러나 동시에 마운드에서 김재윤(2이닝)과 손동현(1이닝)이 무실점 호투를 합작하며 결국 최종 7-7 무승부를 거뒀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에이스의 조기 강판과 답답했던 불펜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9회 박병호의 홈런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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