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T 위즈를 구한 선수는 에이스도, 필승조도 아닌 작년 입단테스트를 통해 현역을 연장한 방출 이적생이었다.
조이현(28·KT)은 지난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3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4피안타 1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불펜데이의 오프너로 출격해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였다.
SSG 시절이었던 2021년 10월 17일 사직 롯데전 이후 543일 만에 선발 등판한 조이현. 시작과 함께 선두 박민우를 사구로 내보낸 뒤 보크까지 범했지만 박세혁-박건우를 연속 삼진, 손아섭을 1루수 땅볼로 잡고 금세 안정을 찾았다. 박석민-오영수-오장한을 만난 2회는 삼자범퇴였고, 3회 김주원-박민우의 연속 안타로 처한 1사 1, 2루 위기는 박세혁을 좌익수 뜬공, 박건우를 삼진 처리하며 극복했다.
조이현은 0-0으로 맞선 4회 첫 실점했다. 선두 손아섭에게 맞은 2루타가 화근이었다. 박석민의 진루타로 이어진 1사 3루서 오영수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이후 3-1로 리드한 5회 1사 후 김주원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손동현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68개. 조이현은 난세의 영웅이 되며 KT의 10-3 완승을 뒷받침했다.
13일 경기 전까지 3연패 수렁에 빠져있었던 KT. 3경기 동안 타선이 평균 1.3득점에 그쳤고, 12일 에이스 고영표와 대체선발 이용준(NC) 맞대결까지 패하며 시즌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설상가상으로 선발 자원 소형준, 엄상백이 나란히 부상 이탈, 13일 선발 자리마저 구멍이 난 상태였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고심 끝 불펜데이를 결정했고, 그 선봉장으로 조이현을 택했다.
제주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조이현은 2014 한화 2차 5라운드 47순위 지명을 받았다. 당시 이름은 조영우. 타자가 아닌 투수로 출발한 프로의 벽은 높았다. 첫 두 시즌 동안 1군 7경기가 전부였고, 2015년 12월 한화와 FA 계약한 정우람 보상선수로 지명되며 팀을 옮겨야 했다. 이후 상무로 향해 퓨처스리그서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역 후 부진 및 팔꿈치 부상을 겪으며 웨이버 공시됐다. 2022시즌에 앞서 이현으로 이름까지 바꿨지만 큰 반전은 없었다. 작년까지 1군 통산 성적은 79경기 6승 1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27.
무소속 조이현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구단은 KT였다. 방출 이후 전 동료 정영일이 운영하는 레슨장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던 조이현은 작년 11월 익산으로 향해 이강철 감독이 보는 입단 테스트를 봤다. 결과는 합격. 미국 스프링캠프를 착실히 소화한 조이현은 개막 엔트리 승선과 함께 1~2일 수원 LG 개막 2연전에 출격해 존재감을 뽐냈고, 열흘의 휴식 후 난세 영웅으로 등극했다.
조이현의 이적 후 3경기 성적은 평균자책점 1.69. 그의 개명 효과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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