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했어요.”
롯데는 LG와 주중 3연전 3일 내내 혈투를 치렀다. 11일 1차전에서 6-5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12일 경기에서는 8회 7-5로 극적인 역전승을 눈앞에 뒀지만 9회 마무리 김원중이 무너졌다.
그리고 맞이한 13일. 다시 한 번 혈전을 벌였다. LG 선발 케이시 켈리를 공략해서 6-2로 리드를 잡았고 LG의 추격에도 끝까지 이 리드를 놓치지 않고 8-7로 진땀승을 거뒀다. 롯데는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가져왔다.
역시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선발 한현희가 5이닝 5실점으로 겨우 버티고 물러났다. 윤명준 김상수 등 베테랑 불펜들이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불펜진을 소모할대로 소모한 롯데는 이후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마무리 김원중은 11일 1⅓이닝 24구(세이브), 12일 ⅓이닝 23구(블론세이브)를 던졌다. 3연투 없이 휴식을 취해야 했다.
결국 11일 1⅔이닝 29구를 던지고 12일을 쉬었던 구승민이 8회부터 2이닝 세이브에 나서야 했다. 만에 하나 불펜에 또 다른 대안들을 준비해 놨지만 구승민으로 경기를 매듭 짓는 게 이상적이었다.
물론 2이닝 세이브는 어려울 수밖에 없고 고비가 수차례 있었다. 8-5로 앞선 상황에서 올라온 구승민은 8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동원에게 솔로포를 얻어 맞아 1실점 했다. 그러나 추가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박해민과 홍창기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다. 경기의 끝이 보이는 듯 했다. 그렇지만 쉽게 끝나지 않았다. 2사 후 문성주에게 2루타를 허용했고 이후 전날 충격의 홈런포를 얻어 맞은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줬다. 승부를 하려고 했지만 볼넷을 줘도 어쩔 수 없다는 계산이었다. 결국 2사 1,2루에서 오스틴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8-7까지 쫓겼다. 전날의 참사가 다시 떠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구승민은 2사 1,2루에서 패스트볼로 문보경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면서 기나 긴 승부를 끝냈다. 2이닝 2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다. 구승민의 세이브는 2019년 6월16일 사직 KIA전 이후 1397일 만의 세이브였다.
2실점을 했지만 경기 후 구승민의 표정은 후련한 듯 미소를 지으며 “쫄깃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혈투의 마침표를 스스로 찍었기에 감정이 남다를 수 있었다. 실점과 관계 없이 이날 자신의 투구로 승리가 만들어졌다는 성취감까지 내포된 듯한 감정이 말과 표정에 함축되어 있었다.
이어 “포수 (정)보근이가 올라와서 믿고 던지겠다고 한 게 맘이 편해졌다”라면서 “원중이가 오늘 쉬는날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3연전 내내 위협적이었던 김현수와의 승부에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는 “승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어렵게 가면서 볼넷을 줘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계속 유인구를 던져야 했다”라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구승민은 현재 89홀드로 롯데 최다 홀드 주인공이다. 이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11개의 홀드만 더 하면 롯데 구단 최초 100홀드를 달성할 수 있다. 홀드 기록 자체가 시즌 내내 꾸준하게 팀 승리를 지켜내야만 얻는 성과다.
이미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홀드 기록을 썼고 올해 역시 이 기록은 진행형이다. 그만큼 구승민만큼 롯데 불펜에서 믿을 수 있고 제 몫을 해주는 투수가 줄었다. 팀의 불펜진이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도 구승민은 중대 고비가 될 수 있었던 경기의 승리를 지켰다.
무너진 불펜에도 기댈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 존재가 구승민이었다. 롯데 최초 100홀드를 향해가는 구승민은 롯데 불펜진을 홀로 떠받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