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첫 승까지 아웃카운트 하나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 베테랑 감독은 비정한 결정을 내렸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우완 투수 페이튼 배튼필드(26)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양키스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강타선을 맞아 4⅔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깜짝 호투.
1회 양키스 1번 앤서니 볼프에게 2루타를 맞고 시작했지만 애런 저지에게 커터로 헛스윙을 뺏으며 데뷔 첫 삼진을 잡은 뒤 5회 1사까지 13타자 연속 범타로 위력을 떨쳤다. 4회까지 1점도 주지 않았고, 타선이 3점을 지원하며 데뷔전에서 선발승까지 할 기세였다.
그러나 5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1사 후 오스왈도 카브레라,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 카일 히가시오카에게 3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특히 히가시오카에겐 가운데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홈런성 타구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2루심 래리 버노버 심판이 중계 플레이를 하던 2루수 안드레스 히메네스의 홈 송구에 머리를 맞아 병원에 가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3-2로 쫓기며 계속된 1사 2루에서 배튼필드는 애럭 힉스를 유격수 땅볼 유도했다. 선발승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하나가 남은 상태. 그런데 그 순간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배튼필드로부터 공을 넘겨받았다. 투구수가 66개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1점 리드를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2사 2루에서 올라온 구원 닉 샌들린이 앤서니 볼프를 3루 땅볼 처리하면서 추가 실점 없이 5회가 끝났고, 프랑코나 감독의 투수 교체는 적중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7회, 9회 1점씩 내준 클리블랜드가 양키스에 3-4 역전패를 당했다.
‘밸리스포츠 클리블랜드’에 따르면 경기 후 프랑코나 감독은 “배틀필드가 정말 잘했다. 커터를 아주 잘 사용했고, 커브도 적절하게 섞었다”고 칭찬한 뒤 “그가 마지막으로 공을 던진 게 8~9일 전이었다. 마지막 4~5타자 상대로는 공이 맞아나가기 시작했고, 경기를 이겨야 할 상황이라 교체했다”고 밝혔다. 2004년,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두 번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올해의 감독상도 3차례 수상한 프랑코나 감독은 23년 통산 1881승을 거둔 명장이다. 클리블랜드에서 2013년부터 11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애런 시베일이 왼쪽 복사근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지난 11일 콜업된 배튼필드는 예상보다 길게 던지며 호투했다. 선발승까지 아웃카운트 하나 모자랐지만 최고 93.3마일(150.2km), 평균 91.6마일(147.4km) 포심 패스트볼(21개), 커터(32개), 커브(12개), 체인지업(1개)을 구사했다. 주무기인 커터로만 12개의 헛스윙을 뺏어냈다.
배틀필드는 “마운드에 오르면서 긴장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긴장이 되지 않았다. 정말 즐거웠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친 게 도움이 됐다”며 “공의 움직임이 크지 않아 로케이션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286순위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된 배튼필드는 2020년 1월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된 데 이어 2021년 7월 클리블랜드로 또 한번 트레이드됐다. 투수들을 잘 키우기로 소문난 팀들을 거치며 마이너리그에서 성장 과정을 밟았다. 양키스를 맞아 데뷔전에서 아깝게 승리를 놓쳤지만 안정된 투구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