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츠에서 방출된 뒤 8개월 만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돌아온 ‘KBO 타점왕’ 출신 다린 러프(37)가 미소를 되찾았다.
러프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빅리그 콜업을 받았다. 지난 9일 마이너 계약을 맺은 지 4일 만이었다. 러프가 샌프란시스코 선수로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은 지난해 8월2일 다저스전 이후 254일 만으로 모처럼 익숙한 오라클파크에 돌아왔다.
다저스 좌완 선발투수 클레이튼 커쇼를 맞아 5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든 러프는 1회 첫 타석부터 좌중간 펜스를 맞히는 1타점 2루타로 복귀 신고를 했다. 8회 우전 안타까지 터뜨린 러프는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복귀전을 마쳤다.
‘MLB.com’에 따르면 러프는 “지난해 8월 했던 (작별) 포옹보다 오늘 포옹이 훨씬 좋았다. 모두를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샌프란시스코 복귀를 기뻐했다.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러프는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에게 안도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7~2019년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때 샌프란시스코와 인연을 맺은 러프는 2021년 117경기 타율 2할7푼1리 16홈런 43타점 OPS .904로 활약하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지난해 3월 시즌 전에는 2년 보장 625만 달러 다년 계약도 맺었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5월말 갑작스런 부친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러프는 8월초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메츠로 팀까지 옮겨야 했다. 러프는 지난 12일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작년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트레이드도 그랬다. 우리 가족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적응을 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충격이었다”고 떠올렸다. 2년 다년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트레이드는 더 예측하기 어려웠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메츠에서의 생활도 험난했다. 극성맞은 뉴욕 미디어와 팬들이 러프를 괴롭혔다. 이적 후 28경기 타율 1할5푼2리 무홈런 7타점 OPS .413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인 러프를 향해 뉴욕 미디어의 강도 높은 비판과 팬들의 조롱이 끊이지 않았다. 경멸의 대상이나 다름없었다. 러프는 “어디서든 부진하면 팬들은 거칠어진다. 뉴욕에선 더 그렇다. 뉴욕 미디어는 팬들의 인식에 따라 운영되는 것 같다. 미디어와 팬, 두 곳으로부터 짓눌리게 된다”고 돌아봤다.
예기치 못한 부친상과 트레이드, 부진에 따른 맹목적인 비난까지. 멘탈이 무너진 러프에겐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1년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운동 선수들은 언제 어디서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번에 많은 일이 일어나면 매일 잘하기가 어렵다. 야구는 매우 힘든 경기이고, 성공하기 위해선 정신적으로 좋은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손목 부상으로 부진을 이어간 러프는 지난달 27일 메츠에서 양도 지명(DFA) 처리됐다. 올해 연봉 300만 달러를 부담하면서 그를 데려갈 팀은 나오지 않았고, 지난 3일 메츠가 300만 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완전 방출했다. FA 자격을 얻은 뒤 제레미 셸리 샌프란시스코 부단장으로 연락이 왔고, 러프는 고민하지 않고 마이너리그 계약을 받아들였다.
러프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갈 가능성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기쁘다”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고, 나도 그들을 알고 있다. 내게 이보다 더 편하고 좋은 장소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게 돼 좋다”고 기뻐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러프는 샌프란시스코 복귀전에서 2루타 포함 멀티히트로 부활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