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투수로는 최초로 ‘공식’ 160km를 던진 문동주(20.한화)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날이 꽤 쌀쌀한 4월 중순에 벌써 160km를 던지면서 20살 슈퍼 유망주의 무한한 잠재력을 폭발하고 있다.
문동주는 지난 12일 광주 KIA전에서 1회 박찬호 상대로 던진 3구째 직구가 160.1km로 측정됐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피치트래킹시스템(PTS) 기준으로 160km를 던진 한국인 투수가 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외국인 투수로는 160km 이상 던진 투수는 지난 2011~2013년 LG 레마메스 리즈(최고 162.1km 포함 10여차례), 2006년 한화 파비오 카스티요(160.4km)가 있다.
문동주의 160km 돌파는 예견된 일이다. 진흥고 3학년 때 이미 156km를 던진 문동주는 지난해 프로 입단 후 158km까지 최고 구속을 높였다. 올해 첫등판이었던 지난 6일 대구 삼성전에는 159km가 스피드건에 측정되면서 160km는 시간문제였다. 188cm 97kg 체격에 타고난 팔과 어깨, 부드러운 투구폼, 집중적인 트레이닝 및 관리를 받으며 구속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문동주의 빠른 공만큼 빛나는 것은 그의 남다른 멘탈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문동주의 멘탈을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 한화가 개막 3연패에 빠진 가운데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6일 삼성전을 앞두고 문동주는 경기 전 불펜 피칭을 마친 뒤 활짝 웃으며 주먹을 쥐고 불펜 포수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문동주는 “팀이 연패 중이긴 했지만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원래 하던대로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그날 문동주는 5이닝 1피안타 1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화의 개막 3연패를 끊고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12일 KIA전도 타선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지만 6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시즌 2경기 평균자책점 1.64.
이닝을 마친 뒤에는 덕아웃에 앉아 상대 타자들 분석이 담긴 자료를 보며 틈틈이 메모하고 공부를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데이터를 보면 상대를 알고 들어갈 수 있다. 타자 약점을 확실히 안다고 해서 모든 공을 그렇게 던질 수 없지만 멘탈적인 부분에서 불안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자신만의 멘탈 관리법을 말했다.
원정 숙소 룸메이트인 마무리투수 김범수의 존재도 문동주의 멘탈에 도움을 준다. “범수형은 맨날 책을 읽는 독서왕이다. 범수형이 읽은 책을 나도 다 읽는다. 범수형이 책에 좋은 부분이 있으면 형광펜으로 표시해 놓는다”고 이야기한 문동주는 “범수형이랑 방에 같이 있다 보니 얘기도 많이 나눈다. ‘넌 그래서 안 돼’라고 장난식으로 말하면서도 따뜻하게 알려줘 도움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전형적인 우등생이자 모범생이지만 그 나이대 청년들에게 어울리는 발랄함도 있다. 선배 김범수의 투구폼을 흉내내며 익살을 부리기도 한다.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막내로 “인성도 바르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구단 내에서는 “문동주 같은 아들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온다. 160km 강속구에 멘탈, 인성까지 두루 갖춘 문동주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