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는 신기루였던 것일까.
시범경기 1~2위로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와 삼성이 정작 시즌 개막 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타선 침묵 속에 똑같이 무득점 패배를 당한 한화와 삼성은 나란히 2승7패, 공동 9위 최하위로 떨어져 있다. 시범경기와 반대로 벌써부터 2약으로 처지는 분위기다. 4월 시작부터 밀리면 시즌 내내 고단한 행보가 이어질 수 있다.
두 팀 모두 시범경기에서 몰라보게 달라진 경기력으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화는 9승3패1무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도 8연승 포함 10승4패로 2위에 올랐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 시범경기이지만 내용이 무척 좋았고, 두 팀 모두 그 어느 때보다 부푼 마음으로 개막전을 맞이했다. 이렇게 시작부터 하위궈으로 떨어질 줄은 몰랐다.
한화는 개막전부터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가 어깨 부상으로 3회 자진 강판하는 악재 속에 개막 2연전 모두 끝내기로 시작했고, 지난 주말에는 SSG에 대전 홈 개막 3연전을 모두 내주는 충격을 당했다. 삼성도 2승1패로 시즌 스타트는 잘 끊었으나 지난 주말 잠실 LG전에서 스윕을 당하는 등 순식간에 6연패 수렁에 빠지며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한화는 7패 중 5패가 7회 이후 결승점을 내준 것으로 경기 후반 불펜 싸움, 승부처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FA 영입한 채은성, 노시환이 타선을 이끌면서 배트에 어느 정도 불이 붙었지만 확실한 마무리투수 부재 속에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불펜 운용도 매끄럽지 못하다.
투구수나 휴식일 등 매뉴얼에 따른 투수 보호 및 관리 원칙도 좋지만 ‘이기는 야구’를 선언한 올해의 팀 기조에 맞지 않게 너무 기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승부처에서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경기들을 놓치면서 좀처럼 상승 흐름을 타지 못한다. 10개팀 중에서 유일한 득점권 타율 1할대(.152)로 전반적인 타선의 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수비 미스도 곳곳에서 터진다.
포수 김재성, 외야수 김현준, 김태훈 등 부상 선수가 속출한 삼성도 경기 후반 패배들이 쌓이면서 한순간에 연패 흐름으로 빠졌다. 지난 8~9일 잠실 LG전에서 연이틀 끝내기 패배로 팀 분위기가 꺾였고, 11일 대구 SSG전도 9회 결승점을 허용했다. 3경기 연속 1점차로 아깝게 지면서 내상이 컸다.
팀 평균자책점(5.04), 팀 타율(.228) 모두 9위로 투타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 6.20으로 기복이 있고,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도 지난 4일 한화전에서 펜스에 부딪쳐 늑골 타박상을 입은 뒤 타격 페이스가 한풀 꺾였다. 시범경기 홈런왕(5개) 이성규도 시즌 들어선 9경기 무홈런.
아직 시즌 9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초반이지만 벌써부터 2약으로 떨어지는 분위기다. 6개월 장기 레이스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4월 초반이 KBO리그 순위 싸움에 무척 중요하다. 여기서 더 밀리면 상대팀들의 승리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번 약점 잡히면 1년이 고달파진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 수베로 한화 감독과 대행 꼬리표를 떼고 부임 첫 시즌을 맞이한 박진만 삼성 감독의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