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빈볼 맞은 빌런이 복덩이로…FA가 바꾼 인연, 영원한 적은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4.13 05: 00

토론토 블루제이스 팬들의 미움을 받던 빌런이 이제는 복덩이로 떠올랐다. 골드글러브 3회 외야수 케빈 키어마이어(33)가 토론토 홈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으로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키어마이어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경기에 9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1안타가 5회 승부를 3-3 원점으로 만드는 홈런이었다.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으로 토론토의 홈 개막전 9-3 승리에 기여했다. 
전공인 수비에서도 토론토 팬들을 환호시켰다. 특히 2회 케리 카펜터의 중앙 펜스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타구에 왼팔을 쭉 뻗어 점프 캐치로 낚아챘다. 구장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10피트(3m)에서 8피트(2.4m)로 펜스 높이 위로 키어마이어가 그림 같은 슈퍼 캐치를 성공했다. 투수 알렉 마노아는 글러브를 벗고 웃으며 박수를 쳤다. 홈 개막전을 맞아 로저스센터를 가득 메운 4만2053명의 토론토 관중들도 기립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 케빈 키어마이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2013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데뷔한 뒤 10년간 한 팀에만 몸담은 키어마이어는 3번의 골드글러브로 외야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를 각각 5시즌 기록한 호타준족 선수이지만 토론토와는 2년 전 악연으로 얽혔다. 
지난 2021년 9월21일 토론토전에서 6회 홈으로 들어오다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와 부딪치며 태그 아웃된 게 사건의 발단. 이때 상대 전력 분석 내용이 담긴 쪽지가 커크의 손목 밴드에서 떨어져 나왔다. 땅에 떨어진 쪽지를 몰래 주운 키어마이어는 이를 돌려주지 않고 탬파베이 덕아웃으로 가져갔다. 
뒤늦게 인지한 토론토가 경기 중 쪽지를 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탬파베이가 거절했고, 비매너 논란이 불거졌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주웠다”고 말한 키어마이어였지만, 사건이 터진 다음날 탬파베이 케빈 캐시 감독이 토론토 측에 사과했다.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었던 23일 키어마이어는 등 뒤로 꽂히는 빈볼을 맞아야 했다. 
[사진] 케빈 키어마이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후 토론토 원정에서 거센 야유를 받았던 키어마이어이지만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토론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탬파베이가 1300만 달러 팀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서 FA가 된 키어마이어는 1년 900만 달러에 토론토와 FA 계약했다. 토론토 팬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지만 중견수로 폭넓은 수비뿐만 아니라 9경기 타율 3할8푼2리(34타수 13안타) 1홈런 6타점 OPS .971로 타격에서도 활약하며 복덩이로 떠올랐다. 
토론토 지역 매체 ‘더 스타’는 ‘토론토에서 가장 미움받는 선수 중 한 명이었던 키어마이어가 이제는 차기 시장에 선출될 만큼 인기가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홈 개막전부터 토론토 승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수차례 기립 박수를 받았다. 새로운 홈팬들을 사로잡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사진] 케빈 키어마이어(오른쪽)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어마이어는 “FA가 된 이후 인정을 받고 싶었다. 토론토와 계약할 때 구단에서 나를 인정해줬다. 내가 가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많은 팬들 앞에서 로저스센터 중앙 필드로 달려가는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여기 있는 팬들이 우리가 얼마나 성공하길 원하는지 안다. 우리는 연말에 샴페인을 터뜨릴 것이다”고 우승을 자신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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