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라시코’는 양 팀의 클로저들에게 악몽의 시간이었다.
LG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극적으로 12-8 대역전승을 거뒀다. 전날(11일) 경기 12잔루에 4개의 실책을 범하는 졸전 끝에 5-6으로 패했던 기억을 잊고 설욕했다.
하지만 LG와 롯데 모두 참혹했던 잔상이 남을 수 밖에 없었던 혈전이었다.
LG는 초반 기회를 잡았지만 경기 중반 리드를 내줬다. 1회 김현수의 적시타, 2회 홍창기의 2타점 2루타로 3-0의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4회말 한꺼번에 4실점 하면서 전세가 뒤집어졌다.
하지만 7회초 벤치가 직접 개입했다. 적극적인 작전으로 동점과 재역전을 일궜다. 상대 배터리를 흔들면서 문성주의 동점타, 오스틴의 역전 희생플라이로 5-4를 만들었다.
경기는 완전히 불펜 싸움이었다. 7회말 올라온 김진성이 2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8회에는 함덕주를 올려서 경기를 잠그는 수순으로 돌입했다.
그러나 함덕주는 선두타자 신윤후를 땅볼로 처리했지만 후속 잭 렉스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때 LG는 초강수를 던졌다. 고우석이 빠진 상황에서 임시 마무리를 맡고 있는 이정용을 아웃카운트 5개를 처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렸다.
이정용은 첫 타자 전준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안치홍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면서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엄습했다. 결국 이정용은 고승민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고 145km 패스트볼을 던지다 우월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5-7이 됐다.
그러나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롯데도 2점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무리 김원중을 올렸다. 하지만 김원중의 구위도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전날 경기에서도 24개의 공을 던졌던 상황.
9회 첫 타자 대타 송찬의를 3구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멀티히트와 볼넷 등 3출루를 펼치고 있던 홍창기에게 우중간 3루타를 얻어 맞았다. 또 다시 묘한 기류가 흘렀다. 결국 문성주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 맞으면서 7-6 1점 차가 됐다. 이어 역시 멀티 히트를 기록 중이던 김현수와 마주했다.
김원중은 김현수와 신중한 승부를 펼치면서 풀카운트에 몰렸다. 그러나 볼로 들어갔어야 할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밀려 들어갔다. 한가운데 낮은쪽 코스에서 더 떨어지지 않았다. 김현수의 방망이에 걸렸고 타구는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어갔다. 이정용에 이어 김원중도 역전포를 얻어 맞았다. 경기는 다시 LG가 8-7로 리드를 잡게 됐다.
업치락뒤치락 하는 접전이었다. 보는 이들은 짜릿했다. 하지만 양 팀 모두, 특히 이정용과 김원중 등 마무리 투수들에게는 악몽만 남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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